힘 못쓰는 배당株펀드… '활력' 되찾을까
기업들의 배당 확대 기대로 관심을 모았던 배당주펀드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제약업종 등 코스닥시장과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배당주 소외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현대자동차·SK·롯데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사들이 역대 최대 배당에 나서고 있는 데다 당분간 국내 증시가 횡보할 가능성이 있어 안정성이 높은 배당주펀드에 반전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힘 못쓰는 배당株펀드… '활력' 되찾을까
◆바이오에 밀린 배당주펀드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당주펀드(159개) 설정액은 올초보다 3657억원 감소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만 653억원이 빠져나갔다. 배당주펀드는 배당을 안정적으로 많이 하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상장사가 배당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작년 하반기 들어온 투자금만 1조3283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배당주펀드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 김지운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바이오·제약주의 고공 행진과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 영향으로 배당주가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배당금을 노릴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배당주펀드의 인기도 식는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펀드 시장이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 배당주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많지 않아 수급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수급 불안과 함께 조정 장세까지 나타나면서 배당주펀드는 연초 이후 0.76%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0.42%였다.

일반적으로 배당주는 연말 배당락(배당금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것) 이후 4월까지는 강세 흐름을 보이지만 올해는 ‘연초 효과’마저 없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으로 구성된 KRX고배당50 지수는 연초 이후 4월 말까지 2.7% 하락했다. 이 지수가 만들어진 2010년 이후 매년 1~4월 올랐지만 올해 9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힘 못쓰는 배당株펀드… '활력' 되찾을까
◆“배당주 지금이 바닥”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배당주펀드 외면 현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 기조가 뚜렷한 데다 지수가 박스권을 맴도는 ‘횡보장’에서는 안정성이 높은 배당주펀드가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총괄본부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주주의 동의를 얻으며 경영권 승계를 순조롭게 하려는 3세 경영자들의 수요 등으로 배당성향은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한다면 예금에 비해 배당주펀드의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3%를 넘는 상장사(12월 결산법인 기준)는 72개에 달했다. 연 1%대인 시중은행 정기예금과 비교할 때 배당으로만 3배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분석도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봤을 때 배당지수가 약세를 지속한 기간은 최대 3개월이며 이후 상승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배당주가 추가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배당주펀드를 구성하고 있는 대표 고배당주들은 최근 조금씩 반등 중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한 달간 14.91% 올랐다. 신한지주, KB금융 등 금융주의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에 급등한 종목들이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려는 투자심리가 확산하면서 배당성향이 높은 대형주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