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잘나가는 기업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예리하게 파헤칠 수 있을까.” 스콧 갤러웨이는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지만 창업가이자 조언자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의 글은 학자나 일반 전문가들이 쓴 책과는 상당히 다르다. 다소 신랄하기도 하고 예언적이기도 하다. 칭찬이나 놀라움 그리고 찬양 일변도로 흐르는 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병호의 파워독서] 아마존·구글·페이스북·애플의 '그림자' 신랄하게 짚어내다
《플랫폼제국의 미래》(비즈니스북스)는 플랫폼기업의 대표주자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의 그림자와 빛을 낱낱이 해부한 책이다.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날로 커져가는 이 거대기업들의 위협에 맞서서 스스로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이 거대기업들이 얼마나 위협적인가는 시가총액(2017년 4월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은 4329억달러지만 월마트는 2276억달러다. 이 밖에 크로거는 273억달러, 타깃 304억달러, 메이시백화점 89억달러, 노드스트롬도 78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1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페이스북 직원 1인당 시가총액은 2050만달러인데, 23만1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GM 직원 1인당 시가총액은 21만500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의 전반부는 네 개 기업의 전략에서 배우는 교훈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후반부는 네 개 기업의 경쟁우위의 원천을 놓고 세상에 만연한 신화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 특히 ‘아날로그 해자’ 즉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감행할 공격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설계해둔 현실 속 인프라로 자기 시장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미국 가구의 52%가 당일 무료 배송이 가능한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해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있을 때도 고객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구매 전에 아마존의 사용자 후기를 검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독과점 규제로부터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아마존은 거액의 투자자금을 받아 아마존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꿈과 비전을 팔아서 성장해 왔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다른 경쟁사들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입했다. 여기서 저자다운 독특한 발상이 등장한다. 다른 유통기업 같으면 투자자들이 도저히 기다려줄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아마존 투자자들은 기다려줄 수 있다. 아마존이 꿈을 파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구축한 엄청난 물류 시스템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이런 여파로 미국 유통업체들은 극심한 불황에 빠지게 된다. 미국 몰의 ㎡당 매출은 10년 사이에 24%나 하락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만 해도 매장 계산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340만 명이나 된다. 아마존이 실험하고 있는 무인판매점인 아마존 고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실업 문제는 만만치 않은 사회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네 개 ‘거인기업’의 빛과 그림자가 아니라 그림자를 아주 심층적으로 파헤친, 통념에 반하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