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미술관·공연장까지… 문화계 '향기 마케팅'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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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마케팅 선도 교보문고
전국 35개 점포 중 12개점 향기 공조 서비스 제공
입소문 퍼지자 상품화 서둘러 온라인 서점과 차별화 강점
미술관·공연장에도 퍼져
롯데뮤지엄, 전시장에 향 뿌려… 디뮤지엄은 향기 캔 서비스
한경필, '수향'과 손잡고 봄 연주회서 아늑한 향기 제공
전국 35개 점포 중 12개점 향기 공조 서비스 제공
입소문 퍼지자 상품화 서둘러 온라인 서점과 차별화 강점
미술관·공연장에도 퍼져
롯데뮤지엄, 전시장에 향 뿌려… 디뮤지엄은 향기 캔 서비스
한경필, '수향'과 손잡고 봄 연주회서 아늑한 향기 제공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 내려 8번 출구 방향으로 걸으면 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을 스친다.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교보문고 매장이 나온다. 숲속에 들어온 듯 편안한 나무 향은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서점뿐 아니라 공연 미술 등 다양한 문화 공간에 감성을 더하는 ‘후각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전국 교보문고 35개 점포 중 12개점이 향기 공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화문, 강남, 잠실뿐 아니라 울산, 대전과 지난달 27일 새롭게 문을 연 수원 광교점에도 적용했다.
교보문고가 일명 ‘책향(冊香)’ 개발에 나선 것은 2014년이다. ‘머물고 싶은 공간’ ‘책을 읽고 싶은 기분’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시청각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도 오프라인 서점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먼저 업력이 있는 전문 조향업체를 물색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고(故) 신용호 창립자의 철학과 원하는 향의 느낌을 설명했다. ‘교보문고 향’이 완성되는 데는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첫향은 버가못과 레몬, 중간향은 유칼립투스 피톤치드 로즈메리, 끝향은 편백나무와 소나무 향으로 구성했다. 사장실에서 향을 테스트한 뒤 2015년 개점한 판교점에서 처음 책향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너무 향이 강하다’는 불만이 접수되기도 했고 향이 전 매장에 고루 퍼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처음 공조 시스템을 가동한 뒤 ‘향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 공조 설비뿐 아니라 관리 유지비로 매달 최대 200만원이 투입되지만 모객 효과는 컸다.
책향이 안착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교보문고 가면 나는 특유의 향’으로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회사로도 ‘어디 가면 살 수 있느냐’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느냐’ 등의 문의가 이어졌다. 관심이 커지자 교보문고는 상품화를 검토했고 지난해 10월 분당점을 열면서 책향 디퓨저(분사기)와 초를 200개 한정 판매했다. 당시 이틀 만의 완판으로 인기를 확인한 뒤 정식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향기는 책을 깨우고 책은 향기를 품는다’는 문구와 함께 ‘페이지의 향(The scent of page)’이라는 이름을 붙여 향초, 디퓨저뿐 아니라 룸스프레이와 방향제로 종류도 늘렸다.
김성자 고객마케팅담당은 “고객이 편하게 생각하고 오래 머무를 수 있어 ‘찾고 싶은 서점’으로의 변화를 이끄는 요소 중 하나로 향기를 활용했다”며 “서재나 거실 등 집안에도 교보문고의 책향이 스며 책 읽기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술·공연업계에서도 향기 마케팅의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올해 1월 개관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롯데뮤지엄은 전시장 내 은은한 향을 깔았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향은 ‘퓨어 옵티미즘(Pure Optimism)’이라는 이름의 향으로 샌들우드, 레몬그라스, 클라리 세이지 등의 꽃으로 구성된 향이다. 향이 스트레스 완화 효과와 더불어 차분하면서도 상쾌한 기분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은 지난 2일 시작한 봄 기획전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의 개막 이벤트 행사에서 관람객에게 햇살, 눈, 비, 안개, 빗소리와 같은 날씨를 상징하는 향기 캔을 무료로 제공했다. OCI미술관은 작년 6월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창업주 송암 이회림 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그 집으로의 초대’를 열어 관람객이 전시 작품의 감동을 얻고 나가는 출입 공간에 지리산 산청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2015년 창단한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국내 향기 제조 브랜드 ‘수향’과 손잡고 지난 3월 ‘한경신춘음악회’가 열린 공연장에서 봄의 정취와 맞는 향기를 제공했다. 향은 관객들이 객석에서 편안한 기분으로 공연 감상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한경필하모닉 관계자는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키는 기존 공연에 후각의 즐거움까지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은정진 기자 hit@hankyung.com
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전국 교보문고 35개 점포 중 12개점이 향기 공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화문, 강남, 잠실뿐 아니라 울산, 대전과 지난달 27일 새롭게 문을 연 수원 광교점에도 적용했다.
교보문고가 일명 ‘책향(冊香)’ 개발에 나선 것은 2014년이다. ‘머물고 싶은 공간’ ‘책을 읽고 싶은 기분’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시청각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도 오프라인 서점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먼저 업력이 있는 전문 조향업체를 물색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고(故) 신용호 창립자의 철학과 원하는 향의 느낌을 설명했다. ‘교보문고 향’이 완성되는 데는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첫향은 버가못과 레몬, 중간향은 유칼립투스 피톤치드 로즈메리, 끝향은 편백나무와 소나무 향으로 구성했다. 사장실에서 향을 테스트한 뒤 2015년 개점한 판교점에서 처음 책향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너무 향이 강하다’는 불만이 접수되기도 했고 향이 전 매장에 고루 퍼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처음 공조 시스템을 가동한 뒤 ‘향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 공조 설비뿐 아니라 관리 유지비로 매달 최대 200만원이 투입되지만 모객 효과는 컸다.
책향이 안착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교보문고 가면 나는 특유의 향’으로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회사로도 ‘어디 가면 살 수 있느냐’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느냐’ 등의 문의가 이어졌다. 관심이 커지자 교보문고는 상품화를 검토했고 지난해 10월 분당점을 열면서 책향 디퓨저(분사기)와 초를 200개 한정 판매했다. 당시 이틀 만의 완판으로 인기를 확인한 뒤 정식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향기는 책을 깨우고 책은 향기를 품는다’는 문구와 함께 ‘페이지의 향(The scent of page)’이라는 이름을 붙여 향초, 디퓨저뿐 아니라 룸스프레이와 방향제로 종류도 늘렸다.
김성자 고객마케팅담당은 “고객이 편하게 생각하고 오래 머무를 수 있어 ‘찾고 싶은 서점’으로의 변화를 이끄는 요소 중 하나로 향기를 활용했다”며 “서재나 거실 등 집안에도 교보문고의 책향이 스며 책 읽기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술·공연업계에서도 향기 마케팅의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올해 1월 개관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롯데뮤지엄은 전시장 내 은은한 향을 깔았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향은 ‘퓨어 옵티미즘(Pure Optimism)’이라는 이름의 향으로 샌들우드, 레몬그라스, 클라리 세이지 등의 꽃으로 구성된 향이다. 향이 스트레스 완화 효과와 더불어 차분하면서도 상쾌한 기분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은 지난 2일 시작한 봄 기획전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의 개막 이벤트 행사에서 관람객에게 햇살, 눈, 비, 안개, 빗소리와 같은 날씨를 상징하는 향기 캔을 무료로 제공했다. OCI미술관은 작년 6월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창업주 송암 이회림 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그 집으로의 초대’를 열어 관람객이 전시 작품의 감동을 얻고 나가는 출입 공간에 지리산 산청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2015년 창단한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국내 향기 제조 브랜드 ‘수향’과 손잡고 지난 3월 ‘한경신춘음악회’가 열린 공연장에서 봄의 정취와 맞는 향기를 제공했다. 향은 관객들이 객석에서 편안한 기분으로 공연 감상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한경필하모닉 관계자는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키는 기존 공연에 후각의 즐거움까지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은정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