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증시의 대표 지수가 미국발 글로벌 조정이 있기 직전인 1월 말 수준을 속속 돌파하고 있다.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빠른 회복세다. 국내 유럽펀드 투자자와 유럽 주식 ‘직구족’(직접 투자자)들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다.

◆반등, 한 달 이상 이어져

2월 초 이후 한동안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던 유럽 증시가 ‘바닥’을 찍고 본격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은 3월 말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후 1개월 이상 꾸준히 상승 궤적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 CAC40지수가 가장 먼저 1월 말 수준을 회복했다. CAC40지수는 지난달 27일 5483.19에 장을 마쳐 약 3개월 만에 지난 1월31일 종가(5481.93)를 넘어섰다. 2일엔 5529.22로 마감해 3월26일의 전저점(종가 5066.28) 대비 9.13% 상승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2일 22.84포인트(0.30%) 오른 7540.20으로 마감해 1월 말 지수(7533.55)를 넘어섰다. 독일 DAX30지수의 이날 종가는 12,802.25로, 1월 말(13,189.48)의 97.06%까지 치고 올라왔다. 전저점(11,787.26)보다 11.89%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오름세는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돋보이는 흐름이다. 글로벌 조정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2일 종가 23,924.98)가 1월 말(26,149.39)의 91.49%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적·통화정책의 앙상블

유럽 증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기업 실적과 통화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기업들은 1분기 실적 시즌에 잇달아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 대표 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 구성 종목(50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합계는 총 774억달러(약 83조4294억원)로, 전년의 505억달러(54조4339억원) 대비 53.26% 늘었다.

박정준 JP모간 한국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달리 유럽 중앙은행(ECB)이 아직 양적완화 정책을 거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증시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26일 통화정책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유로존 성장 둔화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한 뒤 9월 이후 양적완화 정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색 도는 유럽펀드 투자자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비해 유럽은 국내 투자자에게 인기있는 투자 지역이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유럽펀드 설정액은 7634억원으로, 중국(7조3677억원), 글로벌(6조5445억원), 베트남(1조2904억원), 일본 제외 아시아퍼시픽(1조801억원), 북미(9338억원)보다 규모가 작다. 한 증권사 해외주식팀장은 “증권업계의 해외리서치 조직도 유럽에는 익숙지 않아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9개 유럽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67%로 전체 해외 펀드 중 1위다. 펀드별 수익률은 ‘ABL알리안츠유럽배당자’(수익률 6.33%) ‘KB연금유로인덱스자’(5.42%) ‘KB스타유로인덱스자’(5.40%) 순이다.

유럽주식 직구족은 유럽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는 독일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유로스톡스50’ ETF를 7348만달러(약 790억원)어치 사들여 가장 많이 매수했다. 이 ETF는 3월26일 33.23유로(4만2843원)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이후 9.20% 상승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