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위 스마트폰 회사인 샤오미가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홍콩증시에 상장한다. 홍콩증권거래소가 도입한 차등의결권 혜택을 보는 첫 기업이 될 전망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샤오미는 홍콩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샤오미는 이번 IPO에서 100억달러(약 10조75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으로는 2014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증시에 250억달러 규모로 상장한 뒤 최대다.

샤오미는 IPO 이후 경영권 안정 문제 등을 놓고 고민하다 중국 본토 증시 대신 상장 규정을 고쳐 차등의결권을 보장한 홍콩증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거래소는 25년 만에 상장 규정을 바꿔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기로 했다.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샤오미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였다. 홍콩증시는 앞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아 알리바바 IPO를 뉴욕거래소에 뺏긴 경험이 있다. 지난해엔 IPO 순위에서 상하이거래소에 밀리기도 했다.

차등의결권제도는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실제 보유한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지분 희석을 우려해 상장을 망설이는 기업에는 매력적인 제도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많은 혁신 기업이 차등의결권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IPO가 성공하면 레이쥔 회장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자에 오른다. 그는 샤오미 지분 77.8%를 보유하고 있다.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로 인정되면 레이쥔 회장의 지분가치는 778억달러에 이른다. 샤오미는 IPO로 조달한 자금 중 30%를 스마트폰과 TV, 노트북,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핵심 제품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