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개 학생·학부모·교사단체로 구성된 새로운교육체제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가 3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은서 기자
44개 학생·학부모·교사단체로 구성된 새로운교육체제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가 3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은서 기자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결정을 떠넘기고 공론화가 진행되는 데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학부모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일을 국민 여론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교육체제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는 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열린마당과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적교육위는 전교조,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전국사범대학생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교육청본부,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학생·학부모·교직원·교육시민사회단체 44개가 연대한 단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수능 절대평가 전면 확대를 공약해놓고 대입제도 개편을 원점에서부터 시작하는 공론화 과정으로 넘긴 건 사실상 공약 파기”라며 “최소한의 원칙이나 방향 제시도 없이 복잡한 교육 문제를 국민 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교육적이고 개혁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는 대신 여론 수렴만 강조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감당할 일을 여론에 떠넘겨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원칙도 비전도 없이 교육을 대하는 교육부를 보면서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는 대전 충남대 국제문화회관에서 대입 개편과 관련한 ‘국민제안 열린마당’ 행사를 처음 열었다. 개편 시한인 오는 8월까지 4개월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여론 수렴 절차는 이제 겨우 첫발을 뗀 셈이다.

이 자리에서도 교육부가 대략의 방향은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세종의 한 교사는 “국민 의견을 듣는 건 좋다”면서도 “하지만 원칙을 정해야 하고, 국민 여론이 따라주지 않아도 교육의 장기적 방향을 위해 필요할 때는 정부가 끌고 가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입정책포럼을 통해 네 차례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놓고 정부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다시 여론 수렴 절차를 시작한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며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