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펀드’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 명절이나 5월 가정의 달에만 반짝 관심을 끌 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설정액은 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익률도 일부 펀드를 제외하면 일반 주식형 펀드를 밑돈다. 자녀의 재산 증식과 금융 교육 등을 위해 가입하는 펀드지만 세제 혜택 등에서 차별점이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날 웃지 못하는 '어린이펀드'
◆주식형 펀드 평균보다 수익률 낮아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어린이펀드 23개의 지난 1년간 수익률(2일 기준)은 13.2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16.28%)에 미치지 못했다. 어린이펀드 가입자가 장기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수익률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 3년간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7.81%였지만, 어린이펀드는 평균 14.38%에 그쳤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어린이펀드도 있다. 지난 3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어린이펀드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주니어경제박사(28.09%)’였다. ‘신한BNPP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27.16%)’ ‘NH-아문디 아이사랑적립(25.58%)’ ‘하나UBS꿈나무(21.95%)’ 등도 20% 이상 수익을 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신자산운용의 ‘대신대표기업어린이적립(-6.98%)’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 ‘미래에셋우리아이세계로적립’ ‘현대키자니아어린이’ ‘키움쥬니어적립식’ 등도 3년 수익률이 10%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설정액도 빠르게 줄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설정액은 지난 5년간 64조원에서 47조원으로 27% 줄었다. 이 가운데 어린이펀드는 1조8900억원에서 6800억원으로 64% 이상 빠져나갔다. 새 상품도 잘 나오지 않는다. 2012년 이후 설정된 상품은 ‘IBK어린이인덱스’ ‘동양자녀사랑고배당’ 두 개뿐이다.

◆“선진국처럼 세제 혜택 필요”

어린이펀드는 수익률만 보고 가입하는 상품은 아니다. 세법상 미성년인 자녀 이름으로 가입한 펀드는 10년간 2000만원(원금 기준)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여기에 여러 주식을 담은 펀드를 자녀 이름으로 가입하면 어려서부터 실질적으로 금융교육을 할 수 있어 부모들이 관심을 가졌다. 일부 증권사는 어린이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녀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보험 혜택을 주기도 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운용보고서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가입 대상을 확실히 어린이로만 한정한 뒤 장기 가입자에 한해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세만 면제해줘도 어린이펀드가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어린이펀드 개념의 ‘차일드트러스트’를 도입한 영국은 이 상품에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펀드는 주식 매매차익에 20~40%의 세금을 물리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큰 혜택이다.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도 어린이펀드에 세제 혜택을 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처럼 소득공제나 세제혜택 등 획기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어린이펀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