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캠퍼스 잡앤조이] 클럽서 직업 찾은 욜로남
글랜스TV 제작팀장을 맡고 있는 신현기 씨(37·사진)는 어릴 적 누구보다 독특했다. 신씨가 대학생이던 2000년대 초반 유행한 싸이월드는 지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았다. 당시 신씨는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지인들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나 영상을 업로드했다. 소위 ‘B급 코드’ 감성으로 제작한 사진과 영상의 반응은 뜨거웠다.

신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엔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신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보고 같이 사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제안을 받아들인 신씨는 제품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는 일은 물론 상품 포장, 청소 등도 가리지 않았다. 그 바쁜 틈에도 신씨가 포기할 수 없던 것이 있었다. 바로 클럽이다. 주말마다 친구들과 대구 시내 클럽을 찾은 신씨는 그곳에서 우연히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거의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클럽에 다녔는데, 하루는 클럽에서 행사를 하더라고요. 분위기가 너무 좋아 클럽 매니저에게 허락을 받고 촬영을 했어요. 며칠 있다가 편집 영상을 클럽에 보내줬더니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바로 클럽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이번 주말에도 촬영해줄 수 없느냐고 말이죠. ”

신씨는 그날 이후 평일엔 출근하고, 주말엔 부업으로 클럽을 다니며 영상을 촬영했다. 신씨의 수입은 배로 늘어났지만 체력이 떨어지니 영상 퀄리티도 따라주지 않았다.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둔 신씨는 퇴직금으로 중고차 한 대를 구입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평일엔 여행하고, 주말엔 클럽에서 영상을 촬영했다. 말 그대로 ‘욜로’의 삶이었다.

2015년 서울로 올라온 신씨는 글랜스TV 제작 피디로 입사했다. 입사 후 1년간 신씨는 일에만 몰두했다.

“고향 친구들에게 전지현, 설현, 나인뮤지스와 작업한다고 하면 안 믿어요. ‘너 같은 촌놈이 무슨…’ 이런 반응이었죠. 입사하고 첫 프로젝트가 나인뮤지스 뷰티 미션이었는데, 8주 동안 야근을 했어요. 그런데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재밌었죠. 스스로 확신하는 것은 이 일이 좋다는 거예요. 정규 과정을 밟지 않았어도 내가 만든 영상을 보고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점이 가장 즐거운 포인트죠.(웃음)”

강홍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