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끄러운 역사전쟁 중지해야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역사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최종 시안’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 내용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항목은 크게 세 가지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표현의 삭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변경 △권력세습, 주민 인권탄압, 무력도발 등 북한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문구 삭제가 그것이다.

문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2월 새 집필기준 초안을 공개했을 때, 이들 사항에 대해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25 남침’을 제외하고는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작업을 주도한 세력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사항에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자문에 응해준 이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유엔 총회(1948년12월12일) 결의 제195호(Ⅲ)’에 대한 오역(誤譯)을 넘어 날조에 가깝다. 이 표현을 삭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우리 헌법 제3조(영토조항)에 대한 근간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에 수용해서는 안 된다. 일부 좌파 역사학자들은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거론하며 이의를 제기하는데, 유엔은 1948년부터 지금까지 ‘유엔 총회 결의 제195호(Ⅲ)’에 대한 기존 입장을 취소하거나 변경한 적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확 달라진다.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적시하고 있다. 헌법적 가치를 준수하고 미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청소년들에게는 모호한 민주주의보다는 자유민주주의를 확실하게 가르치는 게 옳다. 이와 관련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 역대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사용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다른 교과목에서도 민주주의를 사용하기에 그렇게 했다는 주장 또한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만약 누구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싶다면, 서울 동작구 현충로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가서 수많은 호국영령과 대면해보길 제안한다.

북한 정권의 3대 권력세습, 북한 동포에 대한 인권탄압, 대한민국에 자행한 각종 무력도발을 삭제하는 것은 분명한 역사 은폐다. 굳이 독일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나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역사를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좌파사관에 쏠린 역사교과서는 전(前) 정권이 만든 국정 역사교과서보다 격(格)이 훨씬 더 떨어지는 불량교과서가 될 것이다.

차제에 이번 역사교과서의 집필시안에는 6·25 남침전쟁에서 비롯된 국군포로의 인권탄압까지 포함해야 한다. 권력이 역사에 개입하는 것은 정권의 비극이 시작되는 서막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도 우리 현대사의 수치스런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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