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기업 기조로 프랑스를 뜯어고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리더십’이 거침없다. 노동·공공·교육 개혁에 비중을 둬 온 그가 이번에는 최고 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외전출세(exit tax)’ 폐지 방침을 밝혀 프랑스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다. 개인 자산가에 대한 감세, 법인세 인하 등에 이은 또 하나의 ‘기업친화 정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산을 외국으로 이전시키는 고소득 자산가를 겨냥한 프랑스의 국외전출세는 최고 세율이 30%에 달한다. 2012년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 때 ‘국부유출 방지’를 내세워 도입한 것을 ‘중도’를 표방하는 마크롱 정부가 없애겠다는 것이다. 마크롱의 의도는 명확하다. “국외전출세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폐지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경영 주간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한 그는 “스타트업들이 이 세금을 피해 외국에서 사업을 많이 시작했다”는 진단도 소개했다. 그가 포브스를 택해 새로운 감세계획을 밝힌 것은 “전 세계 기업인들이 이런 프랑스에 주목해 달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국외전출세의 세수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다분히 전략적 결정이라는 인상도 준다. 국가 재정에 실상 큰 도움도 되지 않는 자산가 규제책을 과감히 폐기함으로써 국내외 투자자들을 더 모으고 지켜, 생산·소비를 확대하고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계산일 것이다. 실용적, 실리적 판단이다. 물론 프랑스 내 반대가 만만찮다. “특권층을 감싸고 있다”는 식의 직설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7일로 당선 1주년을 맞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율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66% 득표로 집권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때 30%로 하락했고, 최근에도 ‘국민 64%가 실망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한다”는 분위기다. 지난 1일 국영철도의 부분 민영화에 반대하는 과격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을 때도 “철도 개혁에 중단은 없다”며 타협을 거부했다. 세계 시장에 ‘투자처 프랑스’를 세일즈하는 마흔 살 대통령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