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올해 쿼터(물량 제한) 초과로 한국산 철강 제품 9개의 연내 추가 수입이 불가능하다고 4일 발표했다. 경북 포항의 한 철강회사 제품 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올해 쿼터(물량 제한) 초과로 한국산 철강 제품 9개의 연내 추가 수입이 불가능하다고 4일 발표했다. 경북 포항의 한 철강회사 제품 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스테인리스 평철 선재와 실리콘 전기강판 등 9개 철강 제품의 올해 미국 수출길이 막혔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 쿼터(수출 물량 제한) 적용 시점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면제하기로 승인한 5월1일이 아니라 올해 1월1일로 소급 적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4일 홈페이지(www.cbp.gov)를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 수정안’ 승인에 따른 철강 관세 면제 세부 통관 절차를 발표했다. CBP는 54개 한국산 철강 제품의 올해 쿼터 수량을 공개하면서 이미 쿼터를 채운 9개 제품은 연내 추가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산 철강 9개 품목, 올해 美 수출길 막혔다
미국은 매 분기 수출량이 연간 쿼터의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추가 규제 카드도 꺼냈다. 정부가 쿼터 수용을 조건으로 ‘관세 폭탄’을 면제받았지만 사실상 실익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쿼터를 이미 초과해 미국 수출이 불가능해진 철강 제품은 △스테인리스 평철 선재(3만2915t) △실리콘 전기강판(7506t) △파일용 강관(4807t) △스테인리스 냉연(1650t) △봉형강류 중 앵글과 섹션(1150t) △공구강(849t) △스테인리스 주단강잉곳(215t) 등 7개다. 일반강 평철과 열간압연제품은 미국 수출 실적이 없어 쿼터 자체를 받지 못했다. 이들 제품의 올해 쿼터는 모두 4만9000t으로 전체 쿼터(263만t)의 1.9% 수준이다.

국내 철강업체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수정안’ 승인일 이후 수출량부터 쿼터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초부터 대미 수출 물량을 늘려 지난달 20일까지 전체 쿼터의 34.6%(91만t)를 내보냈다. 유정용 강관(파이프)을 미국에 수출하는 넥스틸의 박효정 사장은 “올해 수출이 막힌 9개 철강 제품은 미국 통관을 거친 물량 기준”이라며 “쿼터가 초과되면 철강제품을 싣고 미국으로 항해하는 선박을 중간에 돌려야 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당초 합의한 연간은 물론 3개월마다 철강 쿼터를 별도 적용하기로 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CBP는 철강 관세 면제 세부통관절차 안내를 통해 “매 분기 한국산 철강 수출량은 연간 쿼터(263만t)의 30%를 넘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분기별 쿼터를 초과한 제품은 통관을 거치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하거나 다른 국가로 돌려야 한다.

특정 기간에 수입이 집중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라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철강 제품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미국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한국 철강업계의 시각이다. 박 사장은 “분기별 쿼터 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미국 내 대형 인프라 및 플랜트 공사 발주 때 늘어나는 수요를 한국 업체들이 제때 맞출 수 없게 됐다”며 “누가 한국 철강업체들과 거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아직 ‘어느 업체가 어떤 철강 제품을 얼마만큼 미국에 수출할 것인지’에 대한 물량 배분 기준도 확정하지 못해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김보형/박상용/성수영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