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빚은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4일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조 전 전무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는 범행에 대해 변명하는 등 부인하고 있으나,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녹음파일 등 수사사항을 종합 검토한 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된다"며 "디지털 포렌식 결과, 대한항공 측에서 수습방안을 논의하고, 피해자 측과 접촉,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신청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조 전 전무에 대해 폭언과 폭행으로 광고업체의 회의를 중단시켜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적용했다.

조 전 전무는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업체 팀장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 전무의 갑질에 네티즌의 뭇매가 이어지는 것과는 별도로 '구속영장 청구'가 과연 합당한 것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다.

네티즌들은 조 전무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대해 "법에 따라 처벌하고 미국으로 추방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원한다", "돌로 사람을 때리고 실명이 돼도 구속하지 않는데 솔직히 이게 구속까지 할 일인가", "물컵 던졌다고 구속이면 광주 깡패들 집단폭행은 사형이네", "물뿌려서 구속되면 웃기겠다. 왜 법이 여론에 의해 움직이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고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게티 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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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법조인들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여론에 등 떠밀린 경찰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최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갑질'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무시당해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의 중요성을 되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하지만 아무리 갑질사건을 일으킨 몰상식한 재벌이라 하여도, 유죄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헌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에 의해서 보호된다"면서 "유죄확정판결 이전에 이뤄지는 구속은, 법문대로 증거인멸, 도주우려 등이 있는 경우에만 엄격히 이뤄져야지, 여론을 의식해서 개인의 기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형태의 구속이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미성숙한 재벌의 '갑질' 횡포를 잡기 위해서, 수백년간의 투쟁으로 간신히 이뤄낸, 헌법상의 대원칙이 함부로 훼손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A씨는 "도의적으로 갑질이 지나쳤다고 보지만 법적으로 물컵 던진 단순폭행과 욕설만으로 전과도 없는 초범이 구속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법은 약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오히려 강자나 유명인이라고 차별해서 처벌하는 것은 법의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B 변호사는 "사건 기록을 못봐서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알려진 내용만으로 구속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구속은 그것만으로 처벌이 아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을 경우 구속수사 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구속이 마치 처벌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서 법조인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C변호사 역시 "조현민이 저지른 행동은 나쁘지만 일반인이라면 불구속수사 및 재판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조사 과정에서 혐의부인과 동시에 증거인멸 상황이 명백하다면 구속영장 청구도 가능하다. 이 사안에서는 증거인멸 여부가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