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이론의 기초를 닦은 카를 마르크스(1818~1883년)가 탄생 200주년(5월5일)을 맞으면서 중국과 독일 등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거 자본주의의 대안 이론으로 각광받았던 마르크스주의는 그러나 대부분 국가에서 외면받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를 국가 체제로 표방한 나라는 한때 25개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쿠바 등 4개국뿐이다. 그나마 이들 4개국도 시기는 다르지만 개혁·개방 노선을 택하면서 마르크스주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으로 표방해 ‘유사 마르크스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마르크스주의 학습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시 주석은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식에서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적 지혜와 이론 역량을 흡수하고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당 간부들에게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8년 발표한 《공산당 선언》을 학습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관영 CCTV는 3, 4일 이틀간 2부작 다큐멘터리 ‘불굴의 마르크스’를 방영했다. 지난달에는 ‘마르크스주의 대(大)사전’이 발간됐다.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부상하는 것은 일종의 ‘정풍운동’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경제 확대와 부패 만연 등에 위기감을 느낀 공산당 지도부가 마르크스주의 이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마르크스가 태어난 곳이다. 일부 재평가 움직임이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냉랭한 편이다. 마르크스주의가 전체주의로 흐르면서 결국 실패로 끝난 동독과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중국이 대형 마르크스 청동상을 그의 고향인 트리어시(市)에 선물하기로 하자 동독 체제에서 피해를 본 희생자 단체와 일부 보수 정치권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등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들은 더 이상 물리적 생산수단이 아니라 데이터와 지식, 콘텐츠, 창의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 자본주의는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