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2위·한국체대·사진)의 2년 연속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BMW 오픈 4강 도전 무대. 공교롭게도 그의 앞엔 마르틴 클리잔(122위·슬로바키아)이 서 있었다. 클리잔은 지난해 이 대회 8강에서 정현의 4강 진출 길목에 서 있다가 일찍 짐을 싼 선수다.

정현보다 일곱 살 더 많은 클리잔은 세계랭킹은 다소 떨어지지만 한때 세계랭킹 24위에 오르고 투어 5승을 보유한 까다로운 상대다. 최근에는 클레이코트 대회인 바르셀로나오픈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2위·세르비아)를 꺾었다. ‘클레이코트 황제’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을 상대로는 2세트 중 5-3까지 앞서며 진땀을 흘리게 하는 등 이번 대회 ‘복병’으로 떠올랐다.

정현은 그러나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날카로운 ‘리턴’으로 클레이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더니 2년 연속 클리잔의 무릎을 꿇렸다. 정현은 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ATP투어 BMW 오픈 8강전에서 클리잔에게 2-0(6-3 6-4)으로 승리했다. 정현은 5일 열리는 4강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3위)-얀 레나르트 스트러프(62위·이상 독일) 경기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정현은 지난해 이 대회 4강에 오르면서 투어 이상급 대회 준결승 무대를 처음 밟았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해 11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 올해 1월 호주오픈 4강 신화로 이어졌다. 2년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지난해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게 됐다.

정현은 이날 클리잔에게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1세트 게임스코어 2-2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왔고 이후 리드를 지키며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에서는 5-4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또 한 번 브레이크했고 경기를 끝냈다.

정현은 앞서 바르셀로나오픈을 통해 올해 첫 클레이코트 대회 신고식을 하려 했다. 발목 통증으로 대회를 건너뛰었으나 이번 대회 4강에 안착하며 부상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