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위기의 '남동 중공업벨트'…4년째 추락 중인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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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불황 직격탄 맞은 거제 23% 하락
고점 대비 1억 이상 집값 내린 단지 속출
고점 대비 1억 이상 집값 내린 단지 속출
남동임해공업지역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남동임해공업지역은 포항과 울산, 거제, 통영, 경남 창원 등 남해안과 동해안 바닷가에 형성된 중공업벨트다. 정부가 이들 지역에 집중적으로 만든 산업단지는 1970년대부터 한국 경제의 중흥을 이끌었다. 하지만 조선 철강 자동차 기계산업 등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판 러스트벨트(제조업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미국 북부와 중서부지역)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 지역 아파트값은 벌써 4년째 지방 집값 하락을 선도하고 있다.
◆집값 하락 4년째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남동임해공업지역 주요 도시 아파트값이 4년째 하락세다. 가장 먼저 침체기에 들어간 곳은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시다. 월간 기준으로 2015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단 한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값은 23.34% 하락했다. 하락세는 올들어 더 가팔라지고 있다. 1~4월 6.16%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상반기 중 작년 한해 하락률(8.57%)에 도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떠난 구미는 2015년 9월부터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날까지 13.26% 떨어졌다. 1970년대 정부가 전자산업 기지로 육성한 곳이다.
2016년 1월부턴 창원, 통영, 포항 등이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창원은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12.87%나 떨어졌다. 특히 기계산업 중심의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자리잡은 성산구(15.23%)의 하락이 심했다. 한국GM 창원공장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어 창원 시민들의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철강업체가 밀집한 포항은 같은 기간 11.07%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성동조선 몰락의 직격탄을 맞은 통영은 8.80%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울산은 2016년 12월부터 하락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달까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이 자리잡은 울산 동구의 하락률은 6.43%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외곽인 북구의 하락률도 8.47%에 달했다.
◆고점대비 1억4000만원 추락
개별단지별로 보면 고점 대비 1억원이상 추락한 단지가 즐비하다. 거제 수월동 ‘거제자이’ 전용면적 84㎡는 2014년 2월만 해도 3억8000만원까지 시세가 올랐다. 그러나 지난 2월 2억7000만원에 팔려 4년 동안 1억1000만원이 떨어졌다. 양정동 ‘거제수월힐스테이트’ 같은 주택형 역시 2014년 8월 3억9400만원까지 올라 4억 선을 노렸지만 현재는 2억8000만원 안팎에서 거래가 오간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들어선 거제는 한때 세계 제일의 조선도시로 호황을 누렸다.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3~4년새 상황이 급변했다. 조선소 도크가 비자 부동산시장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연간 6000건에 육박하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2629건으로 반토막 났다. 거제 K공인 관계자는 “고점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이들이 이자까지올라 하우스 푸어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인근 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원 국가산업단지와 가까운 성산구 반림동 ‘노블파크’ 전용 84㎡는 2015년 7월 4억8650만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지난 3월엔 3억4200만원에 실거래돼 1억4000만원가량 값이 빠졌다. 진해구 석동 ‘우림필유’는 1년 만에 1억원 정도 급락했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전용 84㎡가 3억85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지난달 2억8450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STX조선해양 인근인 장천동 ‘장천대동다숲’ 같은 주택형은 고점 대비 8000만원 정도 내린 2억원 선을 간신히 유지 중이다.
자동차 산업까지 침체된 울산 역시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곳이다. 현대중공업 인근인 동구 방어동 ‘대왕암엘크루’ 전용 84㎡는 지난해 연초 4억원에서 최근 3억3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전하동 ‘울산전하푸르지오’ 같은 주택형은 3년 전만 해도 4억2500만원을 호가했지만 올해 2월엔 3억3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서부동 ‘서부성원상떼빌’ 전용 83㎡는 지난달 2억3400만원에 실거래돼 고점 대비 1억3000만원 정도 주저앉았다.
◆분양시장도 ‘찬바람’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약시장도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지난달 포항에서 분양한 ‘포항남구라온프라이빗스카이파크’는 367가구 모집에 45가구가 미달됐다. 이에 앞서 3월 창원 마산회원구에 공급된 ‘e편한세상창원파크센트럴’은 849가구 모집에 358명만 청약통장을 던졌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경기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참담한 결과”라면서 “일반분양을 준비 중인 후속 재개발 단지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시세를 이끌 새 아파트 효과조차 사라졌다. 경기가 좋을 때 분양했던 단지들의 가격은 분양가 밑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거제 상동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거제’ 전용면적 84㎡는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가량 낮은 2억6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중이다. 인근에서 이달부터 입주하는 ‘거제2차아이파크’ 역시 분양가보다 3000만원 하락한 2억500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는 1279가구 가운데 305가구가 미분양이다.
미분양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포항 ‘장성푸르지오’는 전체 1500가구 가운데 461가구가 미분양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3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21개 단지 2170가구에 달한다. 거제는 34개월 연속으로 1000가구 이상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근에서 10월 입주를 앞둔 ‘거제코아루파크드림’은 767가구 중 절반이 넘는 408가구가 아직 계약자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도 창원과 비교하면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창원은 14개 단지 5628가구가 미분양이다. 영남권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분양률 허위 신고로 문제가 됐던 ‘창원월영사랑으로(4298가구)’의 비중이 높다. 후분양으로 입주자를 받은 ‘진해속천위드필오션베이(68가구)’는 아직도 60가구가 빈 집이다.
산업침체로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는 중이다. 거제 인구는 지난해 2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고, 울산은 1만2000명가량 감소했다. 창원과 포항에서도 인구 순유출 기류가 뚜렷하다.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는 등 지역 산업이 활력을 잃어가는 까닭이다.
◆“공급과잉 겹쳐 반등 요원”
‘남동중공업벨트’ 부동산시장이 하락일로지만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차산업의 호황과 불황 주기가 워낙 긴 편이어서다. 이들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1%대 저성장을 지속 중이다. 제조업 경기가 더욱 둔화할 것이란 경제지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산업 외적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특히 공급물량 부담이 크다. 울산에선 올해 최근 3년 평균 공급량을 웃도는 859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1만1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거제와 창원에서는 올해 각각 5000여 가구와 1만3000여 가구가 추가로 공급된다. 최근 평균치보다 40% 안팎 늘어난 공급과잉이다. 미분양 물량까지 합치면 앞으로 집값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성국 BNK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부동산 수요를 더욱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역 주력산업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집값 하락 4년째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남동임해공업지역 주요 도시 아파트값이 4년째 하락세다. 가장 먼저 침체기에 들어간 곳은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시다. 월간 기준으로 2015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단 한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값은 23.34% 하락했다. 하락세는 올들어 더 가팔라지고 있다. 1~4월 6.16%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상반기 중 작년 한해 하락률(8.57%)에 도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떠난 구미는 2015년 9월부터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날까지 13.26% 떨어졌다. 1970년대 정부가 전자산업 기지로 육성한 곳이다.
2016년 1월부턴 창원, 통영, 포항 등이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창원은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12.87%나 떨어졌다. 특히 기계산업 중심의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자리잡은 성산구(15.23%)의 하락이 심했다. 한국GM 창원공장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어 창원 시민들의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철강업체가 밀집한 포항은 같은 기간 11.07%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성동조선 몰락의 직격탄을 맞은 통영은 8.80%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울산은 2016년 12월부터 하락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달까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이 자리잡은 울산 동구의 하락률은 6.43%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외곽인 북구의 하락률도 8.47%에 달했다.
◆고점대비 1억4000만원 추락
개별단지별로 보면 고점 대비 1억원이상 추락한 단지가 즐비하다. 거제 수월동 ‘거제자이’ 전용면적 84㎡는 2014년 2월만 해도 3억8000만원까지 시세가 올랐다. 그러나 지난 2월 2억7000만원에 팔려 4년 동안 1억1000만원이 떨어졌다. 양정동 ‘거제수월힐스테이트’ 같은 주택형 역시 2014년 8월 3억9400만원까지 올라 4억 선을 노렸지만 현재는 2억8000만원 안팎에서 거래가 오간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들어선 거제는 한때 세계 제일의 조선도시로 호황을 누렸다.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3~4년새 상황이 급변했다. 조선소 도크가 비자 부동산시장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연간 6000건에 육박하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2629건으로 반토막 났다. 거제 K공인 관계자는 “고점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이들이 이자까지올라 하우스 푸어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인근 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원 국가산업단지와 가까운 성산구 반림동 ‘노블파크’ 전용 84㎡는 2015년 7월 4억8650만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지난 3월엔 3억4200만원에 실거래돼 1억4000만원가량 값이 빠졌다. 진해구 석동 ‘우림필유’는 1년 만에 1억원 정도 급락했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전용 84㎡가 3억85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지난달 2억8450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STX조선해양 인근인 장천동 ‘장천대동다숲’ 같은 주택형은 고점 대비 8000만원 정도 내린 2억원 선을 간신히 유지 중이다.
자동차 산업까지 침체된 울산 역시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곳이다. 현대중공업 인근인 동구 방어동 ‘대왕암엘크루’ 전용 84㎡는 지난해 연초 4억원에서 최근 3억3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전하동 ‘울산전하푸르지오’ 같은 주택형은 3년 전만 해도 4억2500만원을 호가했지만 올해 2월엔 3억3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서부동 ‘서부성원상떼빌’ 전용 83㎡는 지난달 2억3400만원에 실거래돼 고점 대비 1억3000만원 정도 주저앉았다.
◆분양시장도 ‘찬바람’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약시장도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지난달 포항에서 분양한 ‘포항남구라온프라이빗스카이파크’는 367가구 모집에 45가구가 미달됐다. 이에 앞서 3월 창원 마산회원구에 공급된 ‘e편한세상창원파크센트럴’은 849가구 모집에 358명만 청약통장을 던졌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경기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참담한 결과”라면서 “일반분양을 준비 중인 후속 재개발 단지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시세를 이끌 새 아파트 효과조차 사라졌다. 경기가 좋을 때 분양했던 단지들의 가격은 분양가 밑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거제 상동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거제’ 전용면적 84㎡는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가량 낮은 2억6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중이다. 인근에서 이달부터 입주하는 ‘거제2차아이파크’ 역시 분양가보다 3000만원 하락한 2억500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는 1279가구 가운데 305가구가 미분양이다.
미분양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포항 ‘장성푸르지오’는 전체 1500가구 가운데 461가구가 미분양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3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21개 단지 2170가구에 달한다. 거제는 34개월 연속으로 1000가구 이상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근에서 10월 입주를 앞둔 ‘거제코아루파크드림’은 767가구 중 절반이 넘는 408가구가 아직 계약자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도 창원과 비교하면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창원은 14개 단지 5628가구가 미분양이다. 영남권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분양률 허위 신고로 문제가 됐던 ‘창원월영사랑으로(4298가구)’의 비중이 높다. 후분양으로 입주자를 받은 ‘진해속천위드필오션베이(68가구)’는 아직도 60가구가 빈 집이다.
산업침체로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는 중이다. 거제 인구는 지난해 2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고, 울산은 1만2000명가량 감소했다. 창원과 포항에서도 인구 순유출 기류가 뚜렷하다.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는 등 지역 산업이 활력을 잃어가는 까닭이다.
◆“공급과잉 겹쳐 반등 요원”
‘남동중공업벨트’ 부동산시장이 하락일로지만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차산업의 호황과 불황 주기가 워낙 긴 편이어서다. 이들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1%대 저성장을 지속 중이다. 제조업 경기가 더욱 둔화할 것이란 경제지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산업 외적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특히 공급물량 부담이 크다. 울산에선 올해 최근 3년 평균 공급량을 웃도는 859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1만1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거제와 창원에서는 올해 각각 5000여 가구와 1만3000여 가구가 추가로 공급된다. 최근 평균치보다 40% 안팎 늘어난 공급과잉이다. 미분양 물량까지 합치면 앞으로 집값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성국 BNK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부동산 수요를 더욱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역 주력산업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