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에 윤석헌 교수…'또' 외부 수혈 인사로 금융개혁 속도내나
금융개혁을 주도할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70·사진)가 임명됐다.

금융위원회는 4일 오전 임시 금융위를 열고 윤 교수를 차기 금감원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윤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미국 산타클라라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으며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는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금융학회 회장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거쳤다.

현 정부에서는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과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금융위는 "윤 내정자는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및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등 공공부문에서도 활발히 활동한 바 있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금융 감독 분야의 혁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됐다"며 선정 사유를 밝혔다.

윤 교수는 대표적인 개혁 성향 금융경제학자로 꼽힌다. 청와대가 윤 교수를 발탁한 이유다. 청와대는 윤 교수에 대해 비관료 출신인 동시에 금융에 정통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거취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개혁 성향의 금감원장 선임을 예고한 바 있다.

윤 교수는 지난해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금융감독체계와 관련해 정책부서인 금융위와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아울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금융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권고안 등을 내놓았다.

따라서 그가 차기 금감원장이 되면 소비자 보호, 금융감독 강화 등 현 정부와 결이 맞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임명 후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신한금융 채용 비리 검사 결과 발표, '유령 주식' 배당 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 제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공방 등이다.

윤 교수가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금감원장이 된다. 최흥식 전 원장은 하나금융 채용 비리에 연루돼 6개월 만에 낙마했으며 뒤를 이은 김 전 원장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과 임기 말 셀프 후원금 논란으로 2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윤 교수와 함께 유력 후보로 꼽혔던 김오수 법무연수원장은 자리를 스스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경력이 전혀 없단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정치권의 지나친 관심도 고사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조국 민정수석이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에서 미는 인물이라는 시선이 김 법무연수원장 본인에게 큰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윤 교수는 청와대가 밀었던 차선의 카드"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