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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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 휴양지 하와이가 용암분출과 잇단 강진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1975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 6.9의 강진이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하와이 섬(일명 빅아일랜드)을 강타해 주민과 관광객을 불안에 떨게 했다.

미국 하와이 주(州) 하와이 섬 동부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서 규모 5.0의 지진 이후 분화구에서 시뻘건 용암이 흘러내려 인근 주택가를 위협하는 가운데 규모 6.9의 강진이 하루 만에 다시 용암분출 지역을 강타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규모 5.6의 지진이 킬라우에아 화산 남동쪽 펀 포레스트에서 발생한 뒤 한 시간 지난 오후 12시 32분께 이보다 훨씬 강력한 규모 6.9의 지진이 킬라우에아 남쪽 산자락 주변을 강타했다.

진앙은 용암분출로 주민이 대피한 레일라니 에스테이츠에서 불과 17㎞ 떨어진 지점이다.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는 "강진으로 지진해일(쓰나미)이 닥치지는 않았지만, 빅아일랜드 동쪽에서 엄청난 진동이 감지됐다"고 말했다.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은 전날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활화산의 분화구 바닥이 내려앉아 세 곳에 큰 균열이 생기면서 용암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하와이 화산관측소는 용암이 공중으로 치솟는 용암 분천의 높이가 최고 45m,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분화구의 균열 크기가 최대 150m에 이르는 것으로 측정했다.

이어진 강진으로 분화구 균열이 5∼6곳으로 늘어나 용암이 추가로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소는 추정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지사는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가까운 레일라니 에스테이츠와 라니푸나 가든스 지역 주민들에게 강제대피령을 내렸으며, 주민 1700여명이 대피한 상태라고 하와이뉴스나우가 전했다.

이게 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주 방위군 병력을 동원하도록 지시했다.

하와이 섬의 전체 상주 주민은 약 20만 명이며, 관광객도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킬라우에아 화산이 포함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은 용암분출로 33만 에이커에 달하는 공원 전 구역이 폐쇄됐다. 이 공원은 빅아일랜드 전체 면적의 13%를 차지한다.

국립공원 측은 여행일정을 진행하던 관광객 2600여명이 대피했다고 말했다.

용암분출과 강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현지 주민은 "용암이 뱀처럼 숲 사이로 흘러내리고 제트엔진 같은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용암이 분출해 흘러내리는 장면을 드론으로 찍은 한 주민은 "불의 장막이 펼쳐진 것 같은 광경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가옥 수십 채가 용암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상태다. 레일라니 에스테이츠의 가옥 두 채가 용암이 덮치면서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

카우마나, 힐로, 퓨나 지역에는 1만4000가구에 정전으로 전력 공급이 끊겼다가 일부 복구됐다. 퓨나 지역 교육구 산하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하와이 재난 당국은 특히 킬라우에아 분화구에서 유독성 이산화황 가스가 분출됨에 따라 인근 지역의 노약자와 호흡기 환자 등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분화구 위쪽으로는 거대한 이산화황 가스 기둥이 목격됐다.

민간방어국 관리는 "이산화황의 농도가 극도로 높은 상태여서 목과 눈, 호흡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해발 1250m의 활화산인 킬라우에아 주변에서 전날 오전 10시 30분 규모 5.0의 지진과 여러 차례 여진이 발생한 이후 푸 오오 벤트 분화구의 동쪽 균열지대에서 용암과 증기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USGS는 이번 주초부터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서 규모 2.0 안팎의 약한 지진이 110차례나 있었다고 말했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활화산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1950년대와 1980년대 용암을 분출한 적이 있으며, 마그마로 만들어진 절경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2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하와이 카운티 재난 당국은 용암분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민들에게 당국의 지시에 귀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하와이 섬 용암분출과 강진으로 현재 우리 국민과 교민의 피해는 접수되거나 확인된 것이 없는 상태라고 외교부가 이날 확인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