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장서정 자란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장서정 자란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워킹맘이 언제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는지 아세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에요. 그전에도 왜 고민 없겠어요. 차라리 아이가 분유 안 먹는 건 괜찮죠. 보육에서 교육으로 넘어갈 때 워킹맘은 죄인이 돼요. 내 아이만 처지는 것 같고, 일도 아이도 못 챙기는 것 같고….”

아이와 대학생 선생님을 매칭시켜 돌봄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자란다’는 장서정 대표(사진) 스스로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10년 넘게 모토로라와 제일기획에서 일했던 장 대표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육아휴직을 했다. 난감했다. 일과 자녀 양육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경력단절. 물론 혼자만 그런 건 아니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커리어는 35~39세 구간이 푹 꺼진 M자 형태를 그린다. 바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때다.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억울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2016년 자란다 창업이었다.

“일을 계속하려면 두 가지 길밖에 없는 거예요. 아이 할머니나 이모님(가사도우미)에게 맡기는 것. 사고만 나지 않게 아이를 돌봐달라는 성격이 강하죠. 아니면 아이를 학원 뺑뺑이 돌리거나. 유아 사교육은 대부분 부모의 극성이 아니라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보내는 겁니다.”

정말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자란다 홈페이지에는 ‘우리 아이와 뛰고 이야기하고 공부할 누군가가 필요하세요?’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렸다. 9살·11살 자녀를 직접 키우며 겪은 워킹맘의 현실적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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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가 찾은 방법은 대학생 매칭이었다. ‘자란선생님’으로 대학생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아이들과 대화가 됐다. 아이들은 대학생 형·누나·오빠·언니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아이가 평소 너무 말이 없고 얌전해 고민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대학생 선생님을 만나면 봇물처럼 얘기를 쏟아내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 등등… 아이는 진작 얘기하고 싶었을 테죠. 하지만 부모도 바쁘니까 미처 들어주지 못한 거지요.” 장 대표가 귀띔했다.

부모와도 얘기가 통한다. 일반적인 돌봄서비스의 가장 큰 한계는 부모와 교육관을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부모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실제 양육을 맡은 조부모는 다를 수 있다. 대학생 선생님은 여기에 강점이 있다. 때로 다른 관점에서 조언하기도 한다. “아이가 말을 잘 안 듣는다”며 걱정하는 부모에게 자란다의 대학생 선생님은 “9살 남자아이가 말 안 듣는 건 당연한 것 아니에요?”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가능하다. 유아교육, 예체능 등 대학생들의 전공을 살려 영어·수학·독서·체육 등 세분화된 활동을 할 수 있다. 덕분에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도가 높다. 대학생 선생님 역시 단순 아르바이트보다 보람을 느낀다고 장 대표는 전했다. 자란다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배경이다.

부모 입장에선 2~4시간 정도의 애매한 ‘돌봄 공백’에 대한 방문서비스 수요가 크다. 아이가 오후 1시에 하교하고 5시에 학원 갈 때까지 비는 시간이나 부모가 퇴근하는 오후 7~9시에 서비스를 활용하는 식이다. 장 대표는 “가장 수요가 많은 때는 낮 시간 대책이 없는 초등 저학년 방학 기간이다. 사실 저부터가 자란다의 ‘헤비 유저’”라며 웃어보였다.

작년 정식 론칭(출시) 뒤 1년 가량 지난 현재 등록된 자란선생님 수는 약 1900명, 누적 방문시간은 2만5400시간에 달한다. 처음 방문 이후 정기방문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76%, 전체 방문 가운데 정기방문 비율도 81%에 이를 만큼 반응이 좋다. 매칭 작업에 공을 들이고 지속적 사후 관리까지 힘을 쏟은 영향이다.

“자란다는 기존 구인·구직 매칭플랫폼과 달리 대학생 선생님들의 데이터를 쌓고 패턴을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여자아이와의 실내 활동은 수락하고 남자아이와의 야외 수업은 거절한다든지 따위의 ‘성향’이 보이거든요. 방문 취소사유는 무엇인지, 부모와 자란선생님 가운데 누가 취소했는지도 알 수 있죠. 요즘은 대학생 선생님의 ‘연극성’도 많이 봐요. 채용 인터뷰에선 대답을 잘했는데 실제 방문 결과는 다르기도 해서요.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자란선생님 추천순위가 자동 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자란다의 서비스 이용료는 1시간당 1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부모가 지급한 금액 가운데 대학생 선생님에게 1만~1만1000원 정도가 돌아가고 나머지는 자란다가 수수료 성격으로 뗀다. 평가가 좋을수록 수수료를 줄여 실제로 자란선생님이 받는 몫이 커지는 구조다.

“자란다는 아이를 일시적으로 돌보거나 맡아야 하는 대상이 아닌 계속 성장하는 존재로 봅니다.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도 자라고 함께 있는 사람도 자란다는 의미예요.” 그 말처럼 자란다는 구글캠퍼스 서울 입주기업 선정에 이어 지난달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스타트업 데모데이 행사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