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싼 곳 수만명 청약…공급과잉 지역은 미달 속출 '희비'
'청약 양극화' 극심…가점제 대상 확대로 전용 85㎡ 초과 경쟁률 '껑충'


최근 정부의 재건축 등 규제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 인기 지역의 청약 열기는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고 입지여건이 좋은 곳에만 청약자들이 몰리고, 공급물량이 많은 곳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에는 청약 미달이 속출하는 등 청약시장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는 분위기다.
청약시장 '돈되는 곳'만 몰렸다… 올해 분양 44% 청약 미달
◇ 시세차익 있어야 청약…128곳중 57개 단지 청약 미달
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현재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민영아파트는 총 128개 단지로, 이 가운데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 단지는 41.4%인 53곳으로 집계됐다.

또 2순위에서 마감된 곳은 18개 단지(14.1%)였으며, 44.5%인 57개 단지는 2순위에서도 모집가구 수를 채우지 모해 청약이 최종 미달했다.

1, 2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 단지 못지않게 청약 미달이 속출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분양가가 싸고 입지여건이 양호한 곳에는 청약 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달 3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의 '하남 포웰시티'는 1순위 청약에서 2천96가구(특별공급 제외) 일반분양에 총 5만5천110명의 1순위 통장이 몰리며 평균 26.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1천680만원 선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싸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청약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삼호가 대구시 중구에서 분양한 '대구 e편한세상 남산'은 전용면적 84.86㎡ 70가구 모집에 무려 4만6천853명이 몰려 평균 669.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4일 분양한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자이'도 251가구 모집에 4만3천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이달 3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서신 아이파크 e편한세상'은 지방이지만 브랜드와 입지상의 장점을 바탕으로 647가구 일반분양에 총 4만1천24명이 청약해 주목을 받았다.

수억원대의 시사 차익이 예상돼 '10만 청약설'이 돌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청약 과열을 우려해 정부가 직접 위장전입 직권 조사에 나서는 등 초유의 단속을 펼쳤으나 3만1천명의 청약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 청사 이전 등의 호재가 있는 세종시는 '청약 불패' 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청약시장 '돈되는 곳'만 몰렸다… 올해 분양 44% 청약 미달
반면 주택공급이 많았거나 입지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은 수도권이라도 청약 미달이 줄을 이었다.

연초 경기 김포시에서 분양된 김포 한강 금호어울림 2단지와 동일스위트, 남양주 별내지구 우미린 2차 등이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인근 지역에 신규 분양 물량이 많아 지역 청약 통장을 흡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 건설사들이 소규모 분양에 나선 제주도와 주택 공급과잉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경기 평택시,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경남 창원, 미분양이 늘고 있는 충북 청주 등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이 무더기로 청약 미달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규제가 심화하면서 시세차익이 가능한 단지에만 청약통장이 몰려드는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라며 "인근 지역에 미분양이 많거나 분양가가 높은 단지에는 청약자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점제 피하자' 중대형 청약 경쟁률 높아져
청약 경쟁률은 작년보다 높아졌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총 4만7천994가구가 분양된 가운데 총 65만479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1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분양물량(5만8천742가구)은 줄었으나 청약 건수(62만7천816건)는 늘면서 청약경쟁률도 작년(10.7%)보다 높아진 것이다.

특히 전용면적 85㎡ 초과 단지의 경쟁률이 치열해졌다.

올해 분양된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5천561가구로, 총 14만261건이 접수돼 평균 25.2대 1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천900가구가 분양돼 8만4천521명이 신청, 평균 1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전용 85㎡ 이하 경쟁률이 지난해 10.3대 1에서 올해 12.0대로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인 것과 비교해도 큰 변화다.

중대형 아파트의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우선 가점제 대상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으로 작년 9월 20일 이후 공급되는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100%가, 청약조정지역 내(투기과열지구 제외) 중소형은 75%가 청약가점제로 공급돼 가점이 낮은 사람은 당첨 확률이 크게 떨어졌다.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도 가점제가 적용되지만 투기과열지구는 공급물량의 50%, 청약조정지역은 30%만 적용돼 나머지 50, 70%는 가점과 무관한 추첨제로 분양받을 수 있다 보니 가점이 낮은 사람들이 중대형으로 몰리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다주택자 규제로 '똑똑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중대형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가점제 물량 확대로 가점제가 낮은 젊은 층이나 주택 보유가 있는 사람, 부양가족이 적은 사람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청약통장 예치금액을 증액해서라도 중대형을 신청하는 분위기"라며 "다주택자 규제와도 맞물려 중대형 아파트가 청약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청약시장의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기존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가격이 하락할수록 미분양 위험이 커지는 만큼 청약시장에서도 시세차익이 가능한 곳에만 청약자들이 몰리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