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메뉴 다시 만들어주세요.” “과자가 너무 큰데 한입 크기로 줄였으면 좋겠어요.”

소비자들이 진화하고 있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조리법으로 요리하는 모디슈머(modisumer)가 등장한 데 이어 ‘보이슈머(voisumer)’가 제과·외식업계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보이슈머란 ‘목소리(voice)’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자신의 주장을 제품이나 기업 운영 방침에까지 반영시키는 고객들을 뜻한다.

보이슈머는 단종된 제품을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오리온의 ‘태양의 맛 썬’(사진)이 대표적이다. 2016년 초 생산공장 화재로 단종되자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썬을 다시 만들어달라는 게시글이 100여 건 올라왔다. 1년간 생산라인을 구축한 끝에 지난달부터 다시 시장에 선을 보인 썬은 재출시 첫 달 만에 13억원어치 팔려나갔다.

오리온 관계자는 “통상 10억원 매출을 올릴 때 히트상품으로 본다”며 “썬은 보이슈머 덕분에 새롭게 히트 상품으로 거듭난 셈”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보이슈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상품 전략을 짠다. 도미노피자는 2017년 초 판매를 중단한 ‘도이치휠레’를 다시 판매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자 이달부터 ‘도이치휠레 앙코르’ 메뉴로 재출시했다. 도이치휠레 앙코르는 독일식 피자로, 기름기를 뺀 훈제 돼지고기 안심과 정통 독일식 수제 소시지에 독일식 양배추 김치인 사워크라우트를 더한 제품이다.

디저트업계도 보이슈머의 요청을 적극 반영하면서 고객 잡기에 나섰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올해 초 지난해 100만 잔 이상 판매된 ‘슈크림라떼’를 메뉴판에 다시 올렸다. 슈크림라떼는 슈크림의 고소한 맛과 깊은 풍미의 천연 바닐라 빈이 특징인 음료로 판매 종료 뒤에도 상시메뉴 출시 요청이 쏟아지면서 봄 시즌 메뉴로 재등장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