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소형株펀드
펄어비스 등 숨은 진주 발굴
'KTB리틀빅스타' 1년 수익률 36%
국내 중소형주펀드 중 '최고'
남북 해빙무드는 수출株에 부정적
소재·건설株 상승도 단기 그칠 듯
하지만 황준혁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사진)의 시각은 달랐다.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 엔진(게임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담은 소프트웨어)을 보유한 데 주목했다. 게임업종 대장주인 넷마블이나 2위 엔씨소프트도 갖지 못한 강점이었다.
그는 펄어비스가 바닥을 맴돌 때 자신이 운용하는 ‘KTB리틀빅스타펀드’(2014년 4월 설정)에 담았다. 펄어비스는 반등에 성공해 4일 25만3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 펀드도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간 20%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렸다.
◆“숫자 이면을 봐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B리틀빅스타펀드는 최근 1년간 36.4%의 수익률을 냈다. 국내 중소형주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49개 중 가장 높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2.6%로 중소형주펀드 중 1위다.
황 매니저는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기업의 잠재력까지 알아채는 게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KTB리틀빅스타는 중소형주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형주에 선별 투자하는 펀드다. 2016년 12월부터 이 펀드를 운용한 그는 KAIST에서 산업 및 시스템공학을 전공한 32살의 젊은 매니저다.
그가 뛰어난 성과를 낸 비결은 개별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사 코오롱티슈진을 매입하기 전엔 처방권을 갖고 있는 의사 집단을 상대로 자체 설문조사까지 했다. 그 결과를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섰다.
위험관리도 강조한다. 그는 “바이오업종이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시총의 40%에 달하지만 펀드에 바이오를 많이 담을 때도 순자산의 20% 이하였고 평균적으론 10% 안팎에 머물렀다”며 “50개 안팎의 투자종목 중 삼성전자 외에는 편입 비율이 높은 종목이 4%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매니저는 “같은 결과를 내더라도 한 번에 많이 먹는 것과 조금씩 여러 번 수익을 내는 것은 결과까지 가는 여정에서의 위험과 개별 전투에서의 승률이 크게 다르다”며 “적절할 때 팔아 수익을 확보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선호한다”고 했다.
◆“외국인 수급 기대 말아야”
2월 초 이후 글로벌 증시는 갈팡질팡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황 매니저는 “올해 코스피지수는 운이 아주 좋아야 28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한반도 해빙 무드 조성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은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원화 강세를 이끌어 수출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일부 소재·산업재와 건설주의 상승도 단기적 흐름에 가깝다”고 했다.
황 매니저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지수를 끌어올릴 핵심 주체인 외국인이 보이지 않을 땐 대내 요인이 긍정적인 곳에 눈길을 둬야 한다”는 게 황 매니저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코스닥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세제와 금융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해소로 실적이 개선되는 중소형주가 많아진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