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7일 오후 5시

'中 안방'에 넘어간 동양생명,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키웠다. 2015년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인수해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한국에서는 2014년 우리은행 인수전에 명함을 내밀었고, 2015년 동양생명과 2016년 ABL생명을 잇따라 인수했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재무상태가 악화했다. 최근 중국 산업구제기금으로부터 608억위안(약 10조2320억원)을 수혈받으면서 ‘보험금 지급능력을 상실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중국 최고 권력층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데 중간 다리 역할을 한 혐의로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지난 2월에는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내년 2월22일까지 한시적으로 빼앗는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안방보험이 무리하게 사들인 해외 자산 정리에 나서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정리하는 해외 금융자회사에 포함됐다.
'中 안방'에 넘어간 동양생명,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동양생명은 총자산 30조737억원으로 한국 생명보험업계 7위다. 2015년 안방보험이 1조1000억원에 회사를 인수한 뒤 저축성보험 판매 확대 등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자산 규모를 빠르게 키워왔다. 2015년 22조원이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30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안방생명보험이 동양생명 지분 63%를 갖고 있다.

ABL생명은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당시 국내 생보업계 4위였던 제일생명을 인수해 출범시킨 알리안츠생명이 전신이다. 안방보험이 2016년에 사들여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알리안츠그룹은 제일생명 시절 판매한 고금리 상품 때문에 국제 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될 경우 자본확충 부담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 단돈 35억원에 한국 법인을 안방보험에 넘겼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등장하면서 국내 생보업계가 요동칠 전망이다. 금융지주회사가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단번에 생보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을 합치면 약 48조원이다. 생보업계 5위 규모다.

만약 신한금융지주가 두 회사를 인수해 신한생명과 합치면 자산 규모는 약 77조원이 돼 농협생명(약 64조원)을 제치고 삼성생명(256조원), 한화생명(111조원), 교보생명(97조원)과 함께 ‘빅4’ 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

투자은행(IB)들이 신한생명, KB생명, 하나생명 등을 보유한 금융지주사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판매한 회사여서 인수 후 자본확충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200%를 웃돌지만, 2021년 IFRS17이 도입되면 이 비율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RBC비율이 100%면 모든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지훈/이동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