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핵심 증거로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오는 17일 감리위원회를 앞두고 양측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금융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를 보고하면서 2015년 회계변경을 ‘고의적 분식’으로 판단한 증거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관련 문건을 제시했다. 당시 삼성 측과 바이오젠 사이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판권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바이오젠이 (판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다.
금감원-삼성바이오 '고의적 회계 위반' 증거 놓고 진실 공방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는 당시 회계변경의 핵심 사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기정사실로 판단하고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유럽 판권은 바이오젠이, 유럽을 제외한 미국과 기타 지역 판권은 머크가 보유하고 있다”며 “바이오젠이 머크와 계약 종료 후 판권을 요구해 그 부분은 제외하고 논의하자고 한 적은 있으나 콜옵션 행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히려 바이오젠이 2015년 10월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혔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당시 콜옵션 행사 의향을 질의한 결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충분하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답변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 콜옵션을 2012~2013년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4년 콜옵션 존재를 처음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조건은 기재하지 않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공개(IPO) 이전까지 고의적으로 콜옵션의 존재를 숨긴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15년 신용평가사에 콜옵션 평가를 요청했는데 오히려 가격 기간 등의 변수가 많아 평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콜옵션 존재를 고의로 숨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 위반이 확정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8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8일 공식 취임에 앞서 이날 오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금융위는 17일 감리위원회를 거친 뒤 이르면 23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위반 혐의를 조속하게 심의한다는 계획이다.

조진형/전예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