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한푼도 안쓰고 꼬박 모아도 내집마련에 5년7개월 걸려

정부가 청년층에 대한 주거복지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지만 청년가구와 신혼부부들이 한 달간 번 돈 중에서 임대료에 쓰는 비율이 일반가구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가구의 경우 4명 중 3명은 자가에 거주하지만 30년 이상 된 낡은 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아 주택 개량과 보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8일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작년 7∼9월 전국 6만 가구를 대상으로 개별 면접해 조사한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특징은 표본 수를 2만 가구에서 6만 가구로 3배 이상 늘려 청년가구와 신혼부부, 노인가구 등 정책 목표 특성 가구별 주거실태를 세밀하게 파악한 것이다.

◇ 청년가구 "전월세 자금 좀 지원해 주세요"
만 34세 이하 청년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9.2%로 나타났다.

청년의 80%는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셈이다.

전월세 중 월세 비중도 일반가구(60.4%)에 비해 매우 높은 71.1%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청년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일반가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R: Rent Income Ratio)은 18.9%로 일반가구(17.0%)에 비해 1.9%포인트 높았다.

임대료나 대출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도 80.8%로 일반가구(66.0%)보다 높았다.

청년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비율(10.5%)과 지하·반지하·옥탑 거주비중(3.1%)도 일반가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인당 주거면적은 26.6㎡로 일반가구 31.2㎡보다 좁고 아파트 거주 비율도 34.8%로 일반가구(48.6%)보다 낮았다.

청년가구는 한 집에 오래 머물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한 집에 평균 머무는 기간은 1.5년으로 일반가구(8년)보다 현저히 짧았고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 거주한 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 비율은 80.3%로 일반가구(35.9%)의 배 이상 수준이었다.

청년가구는 '전월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5.1%로 나타났다.

◇ 신혼부부 "집이 해결돼야 가족계획도 하죠"
결혼한 지 5년 이하인 신혼부부의 자가점유율은 44.7%로 일반가구에 비해 낮은 반면 전월세 중 전세가구의 비중은 67.8%로 일반가구(39.6%)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신혼부부는 일반가구(48.6%)에 비해 크게 높은 비율인 72.4%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도 주거비 부담이 일반가구에 비해 높았다.

RIR은 19.6%,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밝힌 비율(상환부담정도)은 78.3%로 일반가구(RIR 17%, 상환부담정도 66.0%)보다 높았다.

이들이 한 집에 평균 머무는 기간은 1.9년으로 일반가구(8년)의 4분의 1 수준이었고,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 거주한 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 비율은 71.2%에 달했다.

1인당 주거면적은 24.0㎡로 일반가구(31.2㎡)보다 적었다.

신혼부부는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정책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43.4%)을 꼽았다.

가족계획시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주택마련·주거비·주택규모 등 주거문제'(31.2%)를 1위로 답해 저출산 대책에 있어서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지원의 중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문제와 함께 고려되는 사항은 '양육·교육비용'(30.6%), '가계경제·고용상태'(19.1%) 등 순이었다.

◇ 노인가구 "욕실 바닥 미끄러워…집 수리비 지원했으면"
만 65세 이상 노인가구는 대부분 자가(75.3%)이고, 절반 이상이 단독주택(51.2%)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중 월세의 비중은 일반가구와 비슷한 수준인 60.6%다.

30년 초과된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이 36.6%로 일반가구(18.4%)에 비해 월등히 높아 주택 개량·개보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RIR은 31.6%로 일반가구(17.0%)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자가비중이 높고 임대료가 낮아 임대료와 대출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밝힌 비율은 47.4%로 일반가구(66.0%)에 비해 18.6%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노인가구의 1인당 주거면적은 43.6㎡로 일반가구(31.2㎡)보다 넓으나 아파트 거주 비율은 34.3%로 일반가구(48.6%)보다는 낮았다.

이들이 한 집에 평균적으로 머무는 기간은 15.5년으로 일반가구(8년)의 2배 수준이었다.

이들은 가장 필요한 정책지원으로 '주택 개량·개보수 관련 현물 및 자금 대출지원'(26.4%)을 택했다.

가장 필요로 하는 주택개조 내용은 '미끄럼 방지 등 안전한 바닥재'(37.6%), '주택 내 응급 비상벨'(31.1%) 순이었다.

주택개조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개조하지 않는 이유로는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어서'가 52.0%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인 부담 때문'도 33.5%에 달했다.

◇ 저소득층 "좋은 공공임대에 들어가고 싶어요"
소득 1∼4 분위인 저소득가구는 자가점유율이 47.5%로 일반가구(57.7%)에 비해 낮고 임차가구 중 월세비중은 75.7%로 높았다.

이들의 RIR은 22.2%로 일반가구(17.0%)에 비해 5.2%포인트 높았고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밝힌 비율도 72.0%로 일반가구(66.0%)에 비해 6.0%포인트 높았다.

저소득가구는 1∼2인 가구가 많아 1인당 주거면적은 37.1㎡로 넓지만, 가구당 주거면적은 53.8㎡로 일반가구(65.4㎡)에 비해 좁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주거지원 프로그램은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20.1%), '전세자금 대출지원'(19.6%), '월세 보조금 지원'(17.9%) 등으로 고르게 분포했다.

◇ 번 돈 안 쓰고 고스란히 모으면 내집마련에 5년 7개월 걸려
이번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중산층이 지출을 하지 않고 소득을 다른 곳에 일절 쓰지 않고 꼬박 모아 집을 산다 해도 5년 반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국의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 가격 배수(PIR: Price to Income Ratio)가 중위수 기준으로 5.6배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PIR은 전년과 변화가 없다.

PIR이 5.6배라는 것은 전국의 주택과 가구를 각각 가격과 소득 수준별로 배열해 한가운데 있는 집의 가격과 가구의 연소득을 비교하면 5.6배가 된다는 뜻이다.

이는 연소득을 다른 지출 없이 모두 모아 집을 장만하면 5년 7개월가량 걸린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