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처리기준 도입 앞두고 자본 확충
보험사 자본 확충 '봇물'
신한생명, 하반기 2000억 이상
롯데손보 등도 영구채 발행 계획
현대해상화재보험이 국내 손해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생명보험사에 이어 손보사까지 자본 확충 무대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3년 앞으로 다가온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 지표 개선이 시급한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이르면 오는 7월 5억달러(약 5400억원) 규모 글로벌 영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께 주관사를 선정하고 발행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기업 신용등급을 ‘A’로 평가받으며 채권 발행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손보사의 글로벌 영구채 발행은 현대해상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 중에선 한화생명(10억달러), 교보생명(5억달러), 흥국생명(5억달러) 등 생명보험사 세 곳이 해외시장에서 영구채를 찍었다. KDB생명도 이달을 목표로 3억달러어치 영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늘릴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발행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발행회사가 청산하면 원리금 상환순위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현대해상이 피치에서 받은 새 신용등급은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받은 ‘A-’보다 한 단계 높아 영구채 수요 확보가 용이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가 발행한 영구채 신용등급이 기업 등급보다 두 단계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영구채 등급은 ‘BBB+’나 ‘BBB’가 유력하다. 투자적격 10단계 등급 중 각각 8번째와 9번째에 해당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영구채 흥행 성공을 위해 종전보다 유리한 등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2021년 IFRS17 시행을 앞두고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IFRS17을 적용할 경우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를 막으려면 미리 자본을 충분히 쌓아둬야 한다.
현대해상은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에도 국내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해 5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RBC 비율은 186.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조금 웃돈다.
현대해상이 글로벌 투자자 모집에 성공하면 다른 보험사의 발행 시도가 잇따르는 등 보험업계의 자본 확충 시도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RBC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75.4%인 신한생명은 올 하반기 국내에서 후순위채를 찍어 2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밖에 RBC 비율이 200% 미만인 롯데손해보험(170.1%), 한화손해보험(180.7%), DB생명(179.5%) 등도 자본 확충에 나설 후보로 꼽힌다. 올해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교보생명도 한 차례 더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늘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진성/이지훈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