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달 중순 '늑장' 발간
"유권자 알권리 무시" 비판
정책공약집은 시중 서점에서 판매되고 유권자 누구나 살 수 있다. 하지만 책이 제작·유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약집이 늑장 출간된 현상이 이번만은 아니다. 지난해 5월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때도 모든 정당의 공약집 발간이 완료된 시점은 불과 선거를 1주일 앞두고서였다. 당시 각 당 공약집도 전국 유통망을 확보할 시간이 없어 국회 구내서점 등 일부에서만 구할 수 있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4년 전 치러진 제6대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과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선거일(2014년 6월4일)을 불과 22일 앞두고서야 공약집을 함께 내놨다.
이보다 앞선 제5대 지방선거(2010년 6월2일)에서는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선거 38일 전에,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은 29일 앞둔 상황에서 각각 공약집을 펴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은 “이마저도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체계적으로 (공약 이행 여부가) 관리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가계부가 담긴 정당 공약집을 선거 30일 전까지는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야는 이번에도 선거일 한 달 전까지 공약집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후보 공천 마감과 선대위 출범에 맞춰 이달 20일 전까지 ‘일자리 확충을 위한 지방정부 건설’ 등을 주제로 공약집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당도 이달 중순까지 공약집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드루킹(인터넷 댓글조작 사건)’과 남북한 정상회담 등 거대 이슈가 정치권을 덮치면서 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 것도 공약집 발간 지연 이유로 꼽힌다.
정당별 공약집이 중요한 이유는 교육감 선거를 제외하고 시·도지사부터 기초의회 의원 선거까지 모두 정당 공천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권자들이 선거일에 받을 투표용지에는 ‘정당 투표’도 있다.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광역시·도 의원을 뽑는 선거 역시 정당 비례대표 추천 몫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각 정당에 배분되는 국고보조금의 30%는 의무적으로 정책개발비로 할당하도록 돼 있다”며 “시중에 많이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 공약집을 일찍 내놓고 유권자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 정당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