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신용평가사로부터 미리 통보받은 신용등급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를 반드시 외부에 공시해야 한다.

기업들 '신용등급 쇼핑' 못한다
금융감독원은 잘 나온 신용등급만 고르는 이른바 ‘신용등급 쇼핑(rating shopping)’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8일 발표했다.

신용평가사들이 ‘평가대상 기업의 이의제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등급을 사전에 통보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기업들이 앞으로 평가계약을 철회하거나 사전에 통보받은 등급을 공시하지 않는 경우 관련 내용을 증권신고서에 상세히 기재하도록 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 기업공시 서식 작성 기준을 변경할 때 본격적인 관련 내용 기재를 시행할 계획이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와 협의해 평가 계약서를 바꾸는 것도 추진한다. 신용등급을 미리 전달받은 기업이 임의로 기존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할 예정이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일부 기업은 여러 신용평가사와 복수의 평가계약을 맺은 뒤 낮은 등급을 제시한 특정 신용평가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유리한 등급을 채택해왔다. 계약은 유지하되 등급을 공시하지 않도록 요청해 나쁜 등급을 감춰온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배제할 경우 회사채 발행금리 산정 과정을 왜곡할 여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