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로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두바이유, 브렌트유 등 3대 국제 유가가 모두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2014년 11월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이란 核협정 깨지나… WTI도 70弗 돌파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6월 인도분은 1.45% 오른 배럴당 70.73달러에 마감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선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가 2.82% 오른 72.46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1.74% 상승한 76.17달러에 거래돼 배럴당 8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이 2015년 이란과 맺은 핵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국제 원유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결과다. WTI와 두바이유는 지난 한 달 동안 각각 10%가량 올랐고 브렌트유는 15% 가까이 뛰었다.

이란 핵 위기가 현실화하면 국제 유가는 올해 상반기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인프라캡 MLP펀드의 제이 햇필드 매니저는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해 이란 제재가 부활하면 유가가 최소 배럴당 5~10달러 정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협정은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됐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합의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미국의 동맹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에 부정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핵협정을 탈퇴하면 전쟁이 날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탈퇴할 때 유가에 미치는 충격은 이란 반응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다. 이란이 미국의 핵협정 탈퇴에 반발해 핵 개발을 재개한다면 중동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국가의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미국이 핵협정을 탈퇴해도 이란이 곧바로 핵 개발을 재개하지 않으면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핵협정에서 원하는 것을 비(非)미국인들이 충족시키고 보장해준다면 미국의 탈퇴는 골칫거리를 없애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