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8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수차례 진행하며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1차 시한 내 타결에 실패했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의혹’ 특검 도입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이견이 상당부분 좁혀지면서 여야는 9일에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을 1차 데드라인으로 정해 놓은 정세균 국회의장은 9일부터 예정된 멕시코 캐나다 해외 순방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에 단식농성을 끝낼 예정이던 당초 계획을 바꿔 협상 타결까지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실, 의원회관 등 장소를 바꿔가면서 회동을 이어갔으나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여야는 드루킹 댓글의혹 특검과 추경안 처리 시점을 놓고 막판 기싸움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광역단체장 출마 의원 4명의 사직서 처리 시한인 14일에 특검법과 추경안의 일괄 처리를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추경안 심사 일정 등을 고려할 때 14일은 무리라며 21일과 24일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홍근 민주당 수석부대표는 “14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실심사 우려가 있고 특검 수용은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수사범위와 대상은 11일 새로 뽑히는 차기 원내지도부가 결정하는 게 옳다”며 “남은 이틀의 임기 동안에도 타결을 위한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도 협상은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민주당이 어제 협상 때보다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특검 시기 등을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일도 협상이 계속 진행돼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김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은 협상 불발 소식에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회를 정상화하자고 하면서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하더니 결국은 특검의 수사범위는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수사범위도 합의해주지 못하면서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기만적 태도로 결국 합의가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경찰의 축소 수사의혹도 특검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협상 타결이 안 되면 나부터 4월 세비를 반납하고 앞으로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정 의장은 해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여야 막판 타결을 압박할 계획이다. 정 의장은 “오는 14일까지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의원 4명의 의원직 사퇴 안건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4월로 보궐선거가 늦어져 국민들의 참정권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