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기대만큼 수익 안나면 누구나 낭패… '남 탓' 말고 원인 분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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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현명한 인지부조화 처리
금융상품은 고수익 고위험인데
소비자는 고수익 저위험 기대
투자결과 생각보다 저조해도
긍정 해석이 미래 성공 밑거름
금융상품은 고수익 고위험인데
소비자는 고수익 저위험 기대
투자결과 생각보다 저조해도
긍정 해석이 미래 성공 밑거름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A씨. 벼르고 별러서 가는 여행이라 항공권, 호텔, 식당 등을 값싸고 좋은 곳으로 구하려고 수개월 동안 인터넷을 이 잡듯 뒤졌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한 여행은 항공기 연착, 인터넷 후기와는 전혀 딴판인 호텔과 식당으로 엉망이 됐다.
A씨의 사례와 같이 여행뿐 아니라 일상의 소비에서도 구매 전 기대에 못 미친 결과로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구매 전 기대와 구매 후 결과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할 때 소비자는 인지 부조화를 경험한다.
인지 부조화는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일 때 그 강도가 세진다.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할 때가 일반적인 생활용품을 살 때보다 인지 부조화를 더욱 크게 느낀다. 환불과 교환을 통한 원상 회복이 어렵거나 의사결정의 결과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경우에도 인지 부조화의 체감 수준이 높아진다.
인지 부조화는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대개 다음 둘 중 하나의 행동방식을 택한다. 먼저 당초 기대했던 수준을 낮추는 방법이다. ‘이 정도면 됐지’라며 스스로 위안한다. 다른 하나는 그 상품을 멀리하기로 결심하는 방식이다. ‘다시는 OOO를 안 사’라고 다짐한다. 금융상품은 수익과 위험이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려면 원금 손실 위험도 커진다. 문제는 금융소비자의 생각이 금융상품의 이런 특성과 정반대라는 점이다. 소비자의 수익과 위험에 대한 선호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고수익을 기대하면서도 원금 손실 위험은 낮았으면 좋겠다는 게 사람의 심리다. 이 때문에 금융상품 투자에서 인지 부조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전 기대와 투자 후 성과의 불일치로 인한 투자자의 인지 부조화는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펀드(간접투자 상품)와 주식(직접투자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자.
이 연구는 인지 부조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성인 197명을 대상으로 △내가 선택한 펀드(또는 주식)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펀드(또는 주식)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선택한 펀드(또는 주식)보다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좋아 보인다 등의 문항에 ‘전혀 그렇지 않다(1점)~매우 그렇다(7점)’ 중 하나로 답하게 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인지 부조화 정도가 강하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펀드는 3.92점, 주식은 4.12점으로 나타났다. 중간인 ‘보통이다’(4점)를 기준으로 펀드와 주식의 인지 부조화 수준이 갈린 것이다. 펀드에 비해 주식이 원금 손실 위험이 크다는 점이 투자자의 부담감을 가중시켜 인지 부조화 수준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에서 인지 부조화를 경험하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일반 상품에서 인지 부조화를 겪은 소비자들은 기대 수준 낮추기, 또는 그 상품 멀리하기로 대응하는 데 비해 금융투자에서는 네 가지 유형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첫째는 ‘남탓형’이다.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려고 부진한 투자 성과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시장 상황이 나빠서”라거나 “이 펀드(또는 주식)를 추천한 사람이 잘못해서”라고 핑곗거리를 찾는다. 이런 사람 중 상당수가 투자에 성공하면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회피형’이다. “사람이 투자로만 사느냐”며 투자의 중요성 자체를 부인한다. 실제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 자체의 의미를 깎아내린다.
셋째는 ‘자기선택 강화형’이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그나마 이 정도 결과라도 어디냐”며 애써 자신의 선택을 옹호한다. 자기선택을 지지하는 정보에만 관심을 보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한다.
마지막 유형은 ‘긍정적 해석형’이다. 손실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투자의 교훈으로 삼는다. “손실을 봤지만 좋은 경험이었어”라며 인지 부조화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남탓형은 부진한 투자 성과가 외부가 아니라 자기 내부의 어떤 요인 탓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회피형은 문제를 피하기만 하면 더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자기선택 강화형은 잘못된 선택에 대해 솔직해지고, 자기선택과 반대되는 정보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금융투자에서 손실은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손실로 인한 인지 부조화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다음 투자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노력이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A씨의 사례와 같이 여행뿐 아니라 일상의 소비에서도 구매 전 기대에 못 미친 결과로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구매 전 기대와 구매 후 결과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할 때 소비자는 인지 부조화를 경험한다.
인지 부조화는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일 때 그 강도가 세진다.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할 때가 일반적인 생활용품을 살 때보다 인지 부조화를 더욱 크게 느낀다. 환불과 교환을 통한 원상 회복이 어렵거나 의사결정의 결과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경우에도 인지 부조화의 체감 수준이 높아진다.
인지 부조화는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대개 다음 둘 중 하나의 행동방식을 택한다. 먼저 당초 기대했던 수준을 낮추는 방법이다. ‘이 정도면 됐지’라며 스스로 위안한다. 다른 하나는 그 상품을 멀리하기로 결심하는 방식이다. ‘다시는 OOO를 안 사’라고 다짐한다. 금융상품은 수익과 위험이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려면 원금 손실 위험도 커진다. 문제는 금융소비자의 생각이 금융상품의 이런 특성과 정반대라는 점이다. 소비자의 수익과 위험에 대한 선호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고수익을 기대하면서도 원금 손실 위험은 낮았으면 좋겠다는 게 사람의 심리다. 이 때문에 금융상품 투자에서 인지 부조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전 기대와 투자 후 성과의 불일치로 인한 투자자의 인지 부조화는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펀드(간접투자 상품)와 주식(직접투자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자.
이 연구는 인지 부조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성인 197명을 대상으로 △내가 선택한 펀드(또는 주식)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펀드(또는 주식)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선택한 펀드(또는 주식)보다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좋아 보인다 등의 문항에 ‘전혀 그렇지 않다(1점)~매우 그렇다(7점)’ 중 하나로 답하게 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인지 부조화 정도가 강하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펀드는 3.92점, 주식은 4.12점으로 나타났다. 중간인 ‘보통이다’(4점)를 기준으로 펀드와 주식의 인지 부조화 수준이 갈린 것이다. 펀드에 비해 주식이 원금 손실 위험이 크다는 점이 투자자의 부담감을 가중시켜 인지 부조화 수준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에서 인지 부조화를 경험하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일반 상품에서 인지 부조화를 겪은 소비자들은 기대 수준 낮추기, 또는 그 상품 멀리하기로 대응하는 데 비해 금융투자에서는 네 가지 유형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첫째는 ‘남탓형’이다.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려고 부진한 투자 성과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시장 상황이 나빠서”라거나 “이 펀드(또는 주식)를 추천한 사람이 잘못해서”라고 핑곗거리를 찾는다. 이런 사람 중 상당수가 투자에 성공하면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회피형’이다. “사람이 투자로만 사느냐”며 투자의 중요성 자체를 부인한다. 실제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 자체의 의미를 깎아내린다.
셋째는 ‘자기선택 강화형’이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그나마 이 정도 결과라도 어디냐”며 애써 자신의 선택을 옹호한다. 자기선택을 지지하는 정보에만 관심을 보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한다.
마지막 유형은 ‘긍정적 해석형’이다. 손실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투자의 교훈으로 삼는다. “손실을 봤지만 좋은 경험이었어”라며 인지 부조화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남탓형은 부진한 투자 성과가 외부가 아니라 자기 내부의 어떤 요인 탓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회피형은 문제를 피하기만 하면 더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자기선택 강화형은 잘못된 선택에 대해 솔직해지고, 자기선택과 반대되는 정보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금융투자에서 손실은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손실로 인한 인지 부조화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다음 투자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노력이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