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보합권 마감…인플레이션 압력 속 금리·달러↑
WTI 2.4% '뚝'…"이란 제재 파괴력, 글로벌 동참에 달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핵협정 탈퇴'라는 초강경 결정을 내렸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시장으로서는 충분히 예상했던 조치인 만큼 대(對)이란 제재의 현실화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는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고, 국제유가는 오히려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곳은 원유시장이다.

이란산 석유에 대해 수출제재가 가해지면, 글로벌 원유공급이 줄어들면서 유가가 급등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에서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원유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그렇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배럴당 70달러 선을 뚫었던 국제유가는 '이벤트' 당일에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67달러(2.4%) 하락한 69.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때 4% 이상 밀리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비슷한 시각 배럴당 1.13달러(1.48%) 하락한 75.0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예상 밖의 유가 급락세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핵협정 탈퇴 선언과 동시에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돌입하지 않았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90일과 180일의 단계적 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로 이란 제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원유시장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 선언과 동시에 대이란 제재에 들어간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셈"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반쪽짜리 조치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WTI 기준으로 3년 6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 선에 안착한 만큼 이익 실현 매물에 쏟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의 향배는 국제사회의 동참 여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원유수출이 제한된다면 국제유가에는 공급 충격을 가하면서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나홀로 제재'만으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얼마나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출지가 관건이다.

당장 미국을 제외한 다른 협정 당사국들은 이란핵협정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에 들어가더라도 지난 2012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수준의 효과적인 압박은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CNBC 방송은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한 원유수출 감소 폭은 하루 평균 30만~50만 배럴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현재 원유생산량은 하루 380만 배럴로 알려졌다.

주식시장도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89포인트(0.01%) 상승한 24,360.2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0.71포인트(0.03%) 하락한 2,671.9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9포인트(0.02%) 상승한 7,266.90에 마감했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낙폭을 확대했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보합권으로 반등했다.

중동정세가 격화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과는 별개로 직접적인 수급 재료로 인식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이란발 유가 상승이 현실화하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진다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달러 강세 속에 금값은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값은 온스당 0.40달러(0.04%) 하락한 1,313.70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