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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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 핵협정(JCPOA) 탈퇴를 선언하면서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제한적이고 단기적으로 확대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의 탈퇴가 사전에 예상돼 국제 유가에 선반영됐고, 다른 핵협정 참여국들이 협정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이란의 원유 수출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최고 수준의 제재를 하겠다"며 "이란의 핵무장 추구를 돕는 국가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제재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유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날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배럴당 1.67달러(2.36%) 내린 69.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 선물은 배럴당 1.10달러(1.51%) 내린 71.73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1.32달러(1.73%) 내린 74.85달러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파기 결정과 제재의 실효성을 들어 이번 결정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핵협정 체결국 중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프랑스, 영국, 독일은 미국이 탈퇴하더라도 기존 핵합의를 지킬 것이란 입장"이라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핵합의에 서명한 6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이 합의사항을 보장하면 핵협정을 준수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이란의 원유 수출 중 비중이 높은 중국(28.3%), 인도(25.1%), 그리고 유럽(21.1%) 등 국가들이 이란 제재 동참 가능성이 높지 않아 원유 수출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핵협정 파기 결정이 이미 원유 가격에 선반영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발표 이전에 미국 CNN에서 '유예 기간을 두고 핵협정을 파기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차익 실현 분위기 속에 유가가 장중 4%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낙폭을 축소하며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일정 정도 협상의 여지도 남겨뒀다"며 "이를 감안하면 이란과 미국 간의 협상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은 여전하겠으나 미국의 이란에 대한 본격적인 경제 제재에 돌입하기 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경제 제재는 90일과 180일 간의 감축 기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가 상승에 따른 신흥 시장의 원유 수요 감소가 유가의 가파른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유가 상승은 글로벌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 국가들의 원유 수요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제재가 이란의 원유 공급을 타이트하게 이끌며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나 제재가 미치는 수준과 신흥시장의 수요부진 우려가 가파른 유가의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