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배터리 장인' 영입… 미래車 기술에 올인
현대모비스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차량 내 정보나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장치) 및 친환경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모듈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SK그룹에서 ‘배터리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린 인물을 영입해 배터리모듈 부문을 맡기는 등 공격적인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소장을 지낸 이준수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사진)를 전무로, 김상범 전 중국 EVE에너지 부사장을 이사로 영입했다. 이 전무는 SK그룹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이 분야에서 일했다. SK 관계자는 “당시 회사 내에서 자동차용 배터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김 이사가 몸담았던 EVE에너지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다.

현대모비스 '배터리 장인' 영입… 미래車 기술에 올인
현대모비스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아 이를 모듈(개별 부품을 조립해 만든 덩어리부품)로 만든다. 이 과정에 투입되는 기술력을 높이면 배터리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장이 커지는 만큼 배터리모듈 관련 기술력도 중요해진다”며 “이 전무와 김 이사는 전동화사업부에서 배터리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려고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현대모비스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 외 다른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모듈을 판매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부품회사인 콘티넨탈에서 카메라 센서 개발을 총괄한 그레고리 바라토프를 영입하는 등 미래차 관련 외부 인재도 꾸준히 모으고 있다. 기술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차량 디스플레이 기술 등이 현대모비스가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도 있다. 올초부터 디지털 계기판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는 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디지털 계기판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현대차 코나EV(전기차)에 처음 적용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서라운드뷰 모니터링,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은 인포테인먼트 4대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며 “이번 디지털 계기판 양산을 계기로 현대모비스는 4대 기술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