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베트남펀드 수익률이 급격하게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펀드는 올 들어서만 6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린 히트 투자상품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베트남 주식형펀드는 최근 한 달간(지난 8일 기준) 평균 12.58%의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0.25%)을 크게 밑돌았다. 해외 펀드 중 ‘꼴찌’다. 연초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평균 15%를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해외 펀드 가운데 ‘왕좌’를 차지했던 모습과 정반대다.

잘나가던 베트남펀드에 무슨 일이… 한 달 새 12.6% 손실 '급브레이크'
베트남펀드에는 올 들어서만 6103억원이 유입돼 설정액이 1조2929억원까지 불어났다. 미국펀드(9355억원)를 제치고 중국펀드에 이어 국내 해외 주식형펀드 2위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수익률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베트남펀드는 2009년에도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낸 전력이 있다.

최고 인기 상품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도 10%가 넘는 손실을 봤다. 한국운용은 이 펀드에 투자금이 밀려들자 올해 1월 신규 및 추가 가입을 중단(소프트클로징)하고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2일부터 판매를 재개한 뒤 409억원의 자금이 추가 유입돼 설정액은 5892억원으로 불어났다.

베트남 VN지수는 지난 8일 1060.4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4월10일 1211.34로 사상 최고점을 찍은 뒤 12.46% 떨어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베트남 증시도 함께 내려앉았다”며 “투자 과열 양상이 나타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커진 것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베트남 증시의 최근 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 수준이었지만 현재 20배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빈그룹, 비나밀크, 페트로베트남 등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 중 4개의 PER이 25배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VN지수는 당분간 ‘V자’ 반등보다는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당분간 추격 매수하기보다 관망할 것을 권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