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99%, '소중기업'의 축제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학교 전체가 들썩거렸다. 학생들은 운동회 상품으로 크레파스와 노트를 받아들고는 마냥 흐뭇해했고, 학부모들은 운동장에 모여 아이들을 힘껏 응원했다.

어린 시절 운동회만큼이나 중소기업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 축제가 이제 곧 펼쳐진다. 360만 중소기업인의 축제, 중소기업주간(5월14~18일)이다.

1989년 시작해 올해 30회를 맞는 중소기업주간은 중소기업인들의 자긍심을 고양하고 국민들에게 그 역할과 중요성을 알리는 귀중한 시간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벤처기업협회 등 15개 단체가 모여 중소기업인대회를 비롯해 청년일자리박람회, 바른성장 문화캠페인, 혁신성장 토크콘서트, 협동조합 대토론회 등 136개의 다양한 행사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다.

미국에선 1963년부터 매년 대통령이 전국중소기업주간을 선포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2009년부터 5월 중 특정 기간을 중소기업주간으로 지정해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의 99%, 근로자 수의 90%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대표 선수다. 대다수 국민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중소기업의 중과 소를 바꾸면 ‘소중기업’, 이름 그대로 소중한 기업이 된다. 전체 중소기업의 97%가 매출 120억원 이하인 소기업이므로, 필자는 개인적으로 ‘중소기업’을 ‘소중기업’으로 부르고 싶다. 영문으로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로 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응원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몇 해 전 창업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금융회사에서는 매출만으로 대출요건을 판단한다”며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도 금융회사에 중소기업은 리스크 높은 집단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구인난에 시달린다”며 “청년들에게는 내실보다 대기업이란 타이틀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중소기업인도 있다.

이제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물론 중소기업도 철저히 준비하고 실력을 갖춰야 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이룬다면 대한민국의 당당한 경제 주체가 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운동회에서 들었던 열띤 응원은 우리 편 선수에게 없던 힘도 나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대한민국 ‘소중기업’의 축제, 중소기업주간에 우리 경제 대표 선수 중소기업을 향한 힘찬 응원을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