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한 내용을 놓고 양측의 발표 내용이 달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 방식 등을 놓고 미·중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백악관은 이날 두 정상 간 통화 후 성명을 통해 “양국 정상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 이행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선(先)비핵화-후(後)보상’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최근 한반도 정세와 함께 시 주석의 김정은 면담 등 상호 관심사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이날 통화에서 “북·미 양국이 서로 마주 보고 가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단계적으로 행동에 나서기를 원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백악관 주장과 달리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선비핵화-후보상’이 아니라 ‘단계적·동시적 조치’ 원칙을 견지하고 이를 미국에 권고했다는 설명이다.

CCTV는 “시 주석이 중국은 계속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