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통령 부부에 볼턴까지 총출동…트럼프·멜라니아 기내 입장도
'V' 사인하며 미국 땅 밟은 석방자들 "꿈만 같고 너무너무 행복해"
北억류자 귀환에 꼭두새벽 달려나간 트럼프… "오늘은 특별한 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던 자국 시민 3명이 돌아온 10일 새벽(현지시간) 미국은 밤을 잊은 듯한 환영의 분위기에 취했다.

전날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 씨가 이날 오전 2시께 도착한다는 소식에 꼭두새벽임에도 많은 미국인들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TV 생중계로 이들의 무사귀환을 지켜봤다.

이들의 도착 예정지인 워싱턴DC 외곽의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는 취재 허가를 받은 미 언론 기자들만 200명 넘게 몰려들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환영식을 주도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귀환 이벤트'를 자축하기 위해 현장에 총출동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함께 전용헬기 '마린원'을 타고 오전 2시30분께 앤드루스 기지에 도착해 먼저 와 기다리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인인 캐런 펜스와 합류했다.

그 직후 석방 협상을 이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 공군 C-32A(보잉 757)기를 타고 도착해 환영행사 준비에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짙은 색 정장에 줄무늬 넥타이를, 멜라니아 여사는 검정 상의에 회색 정장을 각각 착용해 북한에서 고초를 겪고 돌아온 자국 시민들에 대한 예우를 보였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북한 억류에서 풀려난 자국민 귀환을 직접 영접한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로 알려졌다.

최장 31개월 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낸 자국민들의 무사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활주로에는 두 대의 소방차를 이용해 초대형 성조기를 공중에 펼쳐놓고, 레드카펫이 깔린 비행기 계단을 준비해놨다.
北억류자 귀환에 꼭두새벽 달려나간 트럼프… "오늘은 특별한 밤"
北억류자 귀환에 꼭두새벽 달려나간 트럼프… "오늘은 특별한 밤"
석방자들을 태운 미 공군 C-40기가 마침내 활주로에 안착한 것은 오전 2시42분께였다.

평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전용기를 함께 탔던 이들은 주일미군 요코타 기지에서 첨단 의료장비와 의무진이 동승한 C-40기로 갈아탔다고 한다.

기지 내 건물에서 잠시 대기하던 트럼프 대통령·펜스 부통령 부부,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장관 등은 10여분 뒤 활주로로 이들을 마중 나갔다.

환영식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직접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3명의 김 씨를 데리고 나와 카메라 앞에 선 것이다.

풀려난 이들은 손가락으로 연신 승리의 'V' 사인을 그리고 양팔을 휘저으며 환호했다.

레드카펫 위에서 이들을 소개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박수를 치며 따뜻하게 맞았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풀려난 미국인들에게 깃발을 흔들며 꼭두새벽의 환영을 했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인 3명을 열광적으로 환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활주로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열어 "정말로 훌륭한 이 세 사람을 위한 특별한 밤"이라면서 "솔직히 우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정말로 일어났다"고 말했다.

기지에 모인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미군 장병들의 박수갈채 속에서 김동철 씨는 통역을 통해 "꿈만 같다.

우리는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다소 수척해 보였으나, 오랜 억류 생활에도 걷고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기자회견 후에는 버스를 타고 월터리드 군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진을 받았다.
北억류자 귀환에 꼭두새벽 달려나간 트럼프… "오늘은 특별한 밤"
다만 이날 공군기지에 석방된 미국인들의 가족이나 친구는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해외 구금에서 풀려난 미국인에 대한 의전 상의 이유 때문으로 가족 접촉에 앞서 정보당국과 먼저 면담해야 한다고 한 정부 관료가 CNN 방송에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월터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예외적인 현직 미 대통령의 심야 영접을 놓고 미 언론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CNN은 미 대통령이 심야 행사에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민 석방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WP는 이날 송환을 포함해 대북 외교에 몰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궁지에 몰린 국내 정치 상황의 돌파구를 외교에서 찾는 것으로 분석하고, '외교적 승리를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는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같은 귀환'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언론 보도에 실망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승리를 축하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