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고수 3M "10만개 특허는 46개 원천기술서 나와"
“알고 계십니까. 포스트잇에 적용한 접착 기술이 비행기 부품 접착뿐만 아니라 자동차, 건축 분야에도 활용된다는 사실을.”

마이크 베일 3M 헬스케어부문 글로벌 수석부회장(사진)의 말이다. 3M은 116년간 광산업체에서 생활·의료용품 업체로, 다시 첨단·산업소재 업체로 수차례 변신에 성공했다. 변신에 성공한 비결을 묻자 베일 부회장은 이같이 답했다. 3M은 46가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진출했다. 베일 부회장을 한국쓰리엠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3M이 100년 기업이 된 요인을 묻자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이나 하지는 않는 회사”라고 답했다. “혁신은 호기심(curiosity)과 절제(discipline)의 균형에서 나온다”는 얘기였다.

◆구글이 벤치마킹한 15%룰

3M은 소재기술 기업이다. 사무용품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와 생활용품 스카치브라이트 등에서부터 메디컬 테이프 등 의료용품, 첨단·산업소재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분야는 다양하지만 원천 기술은 같은 제품이 많다. 원천 기술을 다른 제품과 산업군으로 확장 적용한 결과다.

연구개발(R&D) 투자와 혁신을 장려하는 기업문화가 혁신과 성장을 이끌었다. 베일 부회장은 “3M은 연간 매출의 6%인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R&D에 투자한다”고 했다. 3M이 세계에서 출원한 특허는 10만 개를 넘어섰다. 연간 약 3000개씩 증가하고 있다. 300억달러(약 32조원)가 넘는 3M 연 매출 가운데 30% 이상이 최근 5년 안에 판매하기 시작한 신제품에서 나온다.

R&D 이외에 제조 혁신에도 매출의 6%를 투자한다. 그는 “3M의 또 다른 강점은 제조”라며 “생산량 증가, 비용 절감, 자동화 등에 R&D만큼의 자금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3M을 상징하는 대표적 기업문화로는 ‘15%룰’이 있다. 직원들이 창조적인 활동에 근무 시간의 15% 정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룰이다. 구글은 3M의 15%룰을 벤치마킹해 ‘20%룰’을 만들기도 했다. 3M을 대표하는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등 상품 모두 15%룰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베일 부회장은 “15%룰을 통해 직원들이 호기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발굴토록 한다”며 “선정된 아이디어는 사내 펀딩을 통해 사업화한다”고 했다. “사내에서 기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관찰에서 얻는 유레카”

3M 헬스케어부문은 원천기술을 토대로 감염관리 식품안전관리 치과 등 분야에 진출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감염관리다. 손소독제부터 수술시 2차 감염 등을 예방하는 의료기기, 환자 체온을 유지해주는 담요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 판매한다.

베일 부회장은 “고객 의견을 듣기도 하지만 관찰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 행위를 관찰하면서 환자에게 보다 편한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료진이 주사나 링거를 놓는 모습을 관찰해 기존 패치가 고정력과 멸균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를 개선해 내놓은 제품이 테가덤 멸균 투명 필름 드레싱이다.

한국 헬스케어 시장에 대해선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한 번씩 한국을 찾는다. 한국이 큰 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쓰리엠 임직원을 포함한 헬스케어업계와 병원, 그리고 고객이나 정부까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보면 배우고 참고할 것이 많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