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연구팀, 3만8천명 분석결과…"무직·이혼 등도 우울증 높여"

암환자와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은 그렇지 않은 가족 구성원보다 우울증 진단율이 1.6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족 중 암환자가 생기면 그 가족도 정신적으로 위험해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팀은 2007∼2014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만8천126명(남 1만6천808명, 여 2만1천318명)을 대상으로 암환자와 함께 살면서 의사에게 우울증 진단을 받은 가족 구성원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예방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암환자에게 있어 가족은 사회적, 정신적인 지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환자가 얼마나 질병을 잘 관리하는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과정에서 암환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여러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4.1%(1천590명)에서 함께 사는 가족 중 암환자가 있었다.

가족 중 암환자를 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을 진단받은 비율이 1.56배 더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에서 이런 우울증 진단율이 1.59배에 달했지만, 남성에게서는 여성만큼의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간병 임무의 부담이 더 큰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징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을 배제했을 때 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의 우울증 위험이 1.61배 높았다.

또 직업이 없는 여성의 우울증 진단율은 직업이 있는 여성의 1.27배였다.

비동거·이혼의 경우도 1.48배 더 우울증 진단율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박은철 교수는 "암환자의 병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은 환자와 비슷하거나 심지어는 더 큰 고통을 겪는다"면서 "암환자가 있는 가족들의 우울증 진단과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