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에 진행 중인 공공공사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차질을 빚으면 보상해주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서울 용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건설업계 간담회’를 비공개로 열고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밝혔다. 간담회를 주재한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기획재정부가 고용부와 협의를 거쳐 현재 수행 중인 공공공사에 대해 추가 인건비 부담, 공기연장 등을 위한 설계 변경을 인정해주라는 지침을 각 담당 사업주체에 내려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돌관공사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공사기간 부족과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업계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행정안전부, 기재부, 고용부 등 정부 관계자와 한국도로공사·LH공사 등 발주기관 담당자가 참석했다. 업계에선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해외건설협회·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GS건설, 방림이엘씨, 유신엔지니어링, 노동계에선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 참석했다.

업계 참석자들은 이날 해외 건설현장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유예해줄 것을 건의했다. 채산성 악화와 수주경쟁력 저하를 우려해서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해외 건설현장의 근로여건이 국내보다 더 열악하다”며 해외현장 적용 유예를 반대했다.

손 차관은 “근로시간 단축은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꼭 실현해야 할 가치이자 일자리 나누기의 한 방안”이라며 “건설현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취업규칙은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 이내로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2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프랑스의 경우 최대 단위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날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국내 현장은 4주, 해외 현장은 6개월~1년으로 조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손 차관은 “여야가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해보지도 않고 고칠 순 없다”며 “일단 차질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란/서기열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