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에는 손도 못 댄 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정규직 전환에 따른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기 앞서 직무급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1단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대상자(20만5000명) 중 절반이 넘는 10만8383명(전환율 52.8%)에 대해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남은 대상자들도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다음달부터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의 자회사 등 600곳에 대한 2단계 정규직 전환도 추진된다.

이미 정규직 전환을 마친 대다수 기관은 노동계 반발을 의식해 기존 호봉제를 유지하거나 임금체계 개편을 미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으로 지목한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 중 11% 정도가 전환 완료됐지만 아직 용역·파견업체 소속일 때 받던 임금을 그대로 받고 있다. 소속은 인천공항공사 임시 자회사로 바뀌어 정규직 신분이지만 임금 및 처우에 대해선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해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 이후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열두 차례나 열었지만 임금 및 처우와 관련해 노사 의견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체계에 대해선 논의가 시작 단계”라며 “이달 말부터 전문 컨설팅을 맡겨 직급, 직무 등에 알맞은 임금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세워 직무급 기반의 표준임금체계를 더 적극적으로 공공기관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