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과 과세 방식 달라 세금 덜 내 최대 20% 차이
美 등 관세 철폐로 더 싸져… 수입산 판매 갈수록 급증
토종은 위기감 커지고…
"낡은 주세법 탓에 역차별"… 수제맥주 공세로 점유율 '뚝'
국내 3사, 앞다퉈 맥주 수입… 해외서 생산해 국내 역수입도
![13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4캔을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704570.1.jpg)
‘4캔=5000원’ 어떻게 가능한가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사상 최대인 2억6309만달러(약 2807억원)를 돌파했다. 국산 맥주는 원재료비에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을 원가로 해 세금(72%)을 매긴다. 원가에 이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남길수록 세금도 늘어난다. 맥주 출고가격이 정해지면 유통 과정에서 그 가격 이하로 내리는 것은 어렵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회사가 신고한 수입가격에 비례한 관세(0~30%)를 붙인 금액을 원가로 해 주세(72%)를 매긴다.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원재료비와 상관없이 그만큼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유통 수수료도 원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올 들어 미국, 유럽연합(EU)과의 맥주 관세마저 철폐돼 가격은 더 떨어지고 있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본에서 캔당 3000원인 맥주를 도매가에 대량 수입해 한국에서 2500원에 팔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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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맥주의 공세는 전체 맥주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값싸고 맛있는 수입 맥주가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통해 대중화하면서 기존 국산 맥주에서 찾을 수 없던 다양한 맛과 향에 눈 뜬 소비자들이 수제 맥주에 열광하고 있다.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2016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400억원으로 커졌다.
양조장 수는 3년 새 51곳에서 83곳으로, 수제 맥주 품목은 248개에서 718개로 늘어났다. 오비맥주 신세계푸드 SPC그룹 등 대기업들도 수제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패션업체 LF는 주류 유통사 인덜지의 지분을 인수해 양조장을 세웠다.
이처럼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맥주 회사들은 수입 브랜드 쟁탈전에 나섰다. 국내 생산보다 수입 판매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때문이다. 롯데주류는 지난 3월 밀러를 공식 수입한 데 이어 블루문과 쿠어스 라이트 수입 계약을 맺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말 선보인 카스의 월드컵 패키지 중 740mL짜리를 미국에서 생산해 역수입한 뒤 기존보다 12%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기린, 싱하 등의 맥주를 수입하는 하이트진로의 수입 맥주 판매액은 2016년 470억원에서 지난해 850억원으로 81% 늘었다. 수입 맥주가 ‘돈’이 되자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도 덴마크 맥주 ‘칼스버그’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유럽 맥주 직수입에 나섰다.
“낡은 주세법 언제까지” 업계 반발
국내 업계에선 잘못된 과세표준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산과 외국산을 따지지 않고 소비자들이 높은 품질의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행 주세법은 업계 전체의 장기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치산업인 맥주산업의 생산기반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진만 수제맥주협회 과장은 “현재 주세법에서는 수입 맥주들이 판매 이율과 별개로 수입 신고가를 낮추기만 하면 주세가 낮게 매겨진다는 허점이 있다”며 “수제 맥주 시장은 다양성이 생명인데 수입 맥주가 저가 공세를 지속할 경우 좋은 재료를 쓴 다양한 맥주가 등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