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편의점사업 BGF리테일로 분리
로열티 수입뿐인 지주사 BGF, 68% 하락
건설·생수 등 실적부진 계열사 떠안은
오리온홀딩스는 재상장 후 37% 떨어져
자체사업 경쟁력 갖춘 현대重지주는 올라
2017년 이후 지금까지 16개 상장사가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재상장 또는 변경상장 후 분할한 사업회사보다 주가가 더 오른 지주사는 4개에 불과했다. 주가 등락률로 보면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16개 지주사는 재상장일 시초가 대비 평균 26.8%(11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20개 사업회사는 이 기간 평균 2.6% 떨어지는 데 그쳤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1월11일 이후 31.4% 상승했지만, 지주회사인 BGF는 68.1% 하락해 가장 차이가 컸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전 매출의 98%와 영업이익의 96%가 편의점 사업에서 발생했다”며 “BGF는 분할 후 로열티와 자회사 배당 외엔 특별한 수익원이 없어 시장의 관심이 사업회사인 BGF리테일로만 쏠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업회사 이녹스첨단소재도 지난해 7월 분할 상장 후 0.7% 올랐지만 지주회사 이녹스는 61.3% 내렸다. 전망이 밝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소재 사업은 이녹스첨단소재로 분리되고, 적자회사인 알톤스포츠가 이녹스 자회사로 남은 탓이다. 이녹스는 이녹스첨단소재를 25% 가진 최대주주지만 지난해 213억원 순손실을 낸 알톤스포츠 지분도 47% 보유하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녹스첨단소재는 적자사업부인 알톤스포츠를 분리하고 본업인 소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상대적으로 좋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 정상화 기대 등에 오리온은 지난해 7월 재상장 이후 53.3% 올랐지만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37.1% 떨어졌다. 건설사 메가마크와 하이랜드디앤씨, 영화관 쇼박스, 생수사업 제주용암수 등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게 오리온홀딩스의 발목을 잡았다.
지주사의 주가 상승률이 사업회사보다 높은 곳들도 있다. 지주사 자체가 알짜사업을 갖고 있는 경우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분할 후 재상장한 작년 5월 이후 6.2% 올랐다. 분할된 사업회사 중 현대건설기계는 같은 기간 57.3% 올랐지만 현대일렉트릭은 33.7%, 현대중공업은 14.6% 내렸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자체 사업인 로봇 사업에 더해 알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는 올 하반기 상장 예정이고, 현대글로벌서비스와 로봇사업부도 육성 후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며 “자회사 가치가 재평가받으면서 지주사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순수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경우보다 사업지주회사와 사업회사 혹은 사업 부문 분할을 통해 여러 개의 사업회사로 분할할 때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늘어나는 등 대체로 성적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