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재개발·재건축 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갑질문화 등으로 적폐 청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13일 밝혔다. ‘생활 적폐’를 근절하겠다는 목표지만,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기관에 수사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적폐 청산 성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권력 전횡 분야에 더해 민생과 직결된 영역에서 벌어지는 생활 적폐 청산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생활 적폐에는 채용·학사비리, 토착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 경제적 약자 상대 불공정·갑질행위 등이 포함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채용비리,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갑질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또 다른 ‘하명 수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1년간 적폐 청산 작업에 대해 “위원 및 과제 선정 및 논의, 결론 도출 등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부처의 자율적 추진을 기조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교육부), 위안부 피해자 합의 진상조사(외교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진상조사(환경부) 등 13개 부처 적폐 청산 조사에서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결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청와대는 이번 발표에서 “검찰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적폐 청산 규정이 검찰의 새로운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불법은 마땅히 처벌해야 하지만, 수사기관의 자율적인 수사에 맡겨야 한다”며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수사를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