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사진)가 “북한이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 때문에 유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핵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개성공단식 개방모델을 선호한다”며 “북한에 개성공단 같은 외부와 단절된 모델을 10여 곳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유엔의 대북 제재가 두 건 있었는데 이 제재의 파괴력에 대해 북한이 미처 예측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의 대북 제재는 북한 주민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었고 중국도 그동안 북한 주민의 민생에 영향을 주는 제재는 안 된다고 해오다가 이번에는 물러섰다”며 “이번 제재는 북한의 수백만 기층 주민들의 삶을 뿌리째 위협했다”고 분석했다.

유엔 안보리는 작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류 공급 30% 차단’을 포함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다. 이어 유엔은 작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을 제한하는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북한의 핵무기를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이라고 정의하고, ‘우리 후손들이 세상에서 가장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라고 했다”며 “미래의 확고한 담보라고 규정해 놓고 금방 이를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나중에 사찰의 구체적 대상과 범위 등을 놓고 ‘지나친 사찰은 우리나라 체제에 대한 위협이다. 당신들이 우리 체제를 보장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치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핵문제가 앞으로 ‘진정성 있고 완전한 핵폐기’가 아니라 ‘북핵 위협감소’나 ‘핵군축’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며 결국 북한은 ‘비핵 국가로 포장된 핵보유국’으로 남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개성공단식 개방모델을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개성공단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한 적이 있다”며 “개성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고립 지역으로 주민들의 이동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북한의 표본 도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여 년간 개성은 공단 덕분에 북한 그 어느 지역보다도 잘살면서 잘 통제되는 도시였다”며 “공단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당의 통제를 잘 따라 결국 단절모델에서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내 10여 곳의 ‘단절모델’을 만들어 경제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분석했다. 그는 “개성과 남포를 비교해 보면 알 것이다. 어디가 잘 통제되고 질서정연한가”라며 “김정은이 북한 전역에 개성공단 같은 것을 14곳에 만들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