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고급화로 실용성 강조
품질 위해 모든 제품 국내 생산
북미·유럽 등 해외매출이 87%
슈피겐코리아는 질로 승부했다. 1주일이면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중국산과 차별화하는 전략이었다. 지금도 모든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다. 휴대폰 케이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두 가지 요소에 집중했다. 소재와 디자인이다. 고급 플라스틱을 썼다. 소비자가 소재만 봐도 알 수 있게 좋은 소재를 썼다. 디자인은 외형뿐 아니라 휴대폰을 케이스에 끼웠을 때의 느낌(밀착력)을 말한다. 슈피겐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끼우면 슈피겐 제품은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이 느낌을 내기 위해 슈피겐이 집중한 것은 금형이다. 금형은 딱 맞는 제품을 제조하기 위한 ‘틀’이다. 금형을 100% 자체 생산함으로써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신 케이스 생산은 외주를 줘 1만5000~6만원 선에서 가격대를 맞추고 있다. 금형기술이 중국산과 차별화하는 포인트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슈피겐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한국 시장은 레드오션이고, 해외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략이 먹혔다. 지난해 슈피겐 매출 2250억원 가운데 국내 매출 비중은 13% 정도밖에 안 된다. 52%는 북미에서, 24%는 유럽에서 올렸다. 2009년 설립 첫해부터 북미 시장 문을 두드린 결과다.
처음부터 해외사업이 잘된 것은 아니다. 초기엔 해외 바이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베이 등 오픈마켓에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경쟁 제품만 수만 개에 이르러 매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슈피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집중 분석하기 시작했다.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판단했다.
슈피겐 관계자는 “북미지역 소비자는 다소 크고 투박하더라도 보호 성능이 좋은 케이스를, 유럽은 보호 기능보다는 디자인이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후 각 시장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조금 더 개선해 내놨다. 수출이 늘기 시작했다. 북미에서 인기인 ‘슬림아머’는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보호케이스의 덩치를 줄여 디자인을 개선한 제품이다. 오픈마켓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대신 인기 제품 3~4종에 집중하는 전략을 썼다.
기종별 소비자 성향도 분석해 이에 맞는 제품을 출시했다. 안드로이드용 제품은 쉽게 질리지 않는 무난한 색상과 형태로, 아이폰용 제품은 더 화려하게 내놨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폰케이스 교체 주기가 1년을 넘는 데 비해 아이폰 사용자는 6개월 정도면 폰케이스를 바꾼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