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송하관수도(松下觀水圖)’는 농담(濃淡·짙고 옅음)이 뚜렷한 먹을 사용해 은일(隱逸)을 갈망하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염원을 담아낸 대표작이다. 소나무 두 그루 아래 너른 바위에 턱을 괸 채 물을 바라보고 있는 선비를 사실적으로 잡아냈다. 맑고 시원한 분위기가 화면 가득 느껴지지만 소외된 양반의 쓸쓸한 감정이 두드러진다. 소나무를 부각해 인물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조선 후기에는 ‘소나무 아래’라는 특정 장소가 동아시아 문인들이 추구하던 은일과 탈속(脫俗)을 위한 상징적 장소로 여겨졌다. 화면에는 최고의 수장가 송은 이병직(1896~1973)이 감정 내용을 적은 배관기가 남아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