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 전문가 초청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 전문가 초청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016년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14일 “북한은 비핵화란 종이로 포장한 핵 보유국이 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는 ‘완전한 비핵화(CVID)’가 아니라 ‘충분한 비핵화(SVID)’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신관 제2세미나실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관계 전망’을 주제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주관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진정한 핵 폐기에 기초한 합의가 나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태 전 공사는 “CVID의 기본은 (핵시설에 대한) 강제사찰, 무작위 접근”이라며 “김정은 체제의 절대 권력 구조를 허물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여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말하는 ‘체제안전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김정은, 성격 급하고 거칠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 취재에 일본을 제외한 데 대해선 “북한이 미국과 밀실에서 합의하려는데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국 입장을 얘기한 게 김정은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세미나 후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김정은에 대해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평했다. 2015년 5월 자라양식공장을 현지지도했을 때의 일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당시 새끼 자라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공장 지배인을 심하게 질책했는데 공장 지배인이 김정은에게 “정전이 잦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게 김정은의 분노를 샀다. 공장 지배인은 김정은의 처형 지시로 즉시 총살됐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얘기다. 북한의 외교술에 대해선 “중국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는 것을 다 챙기는 외교”라고 설명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