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사직서를 처리하기 위해 14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출석한 여야 의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사직서를 처리하기 위해 14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출석한 여야 의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국회가 42일간의 파행을 끝내고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 여야는 14일 ‘드루킹(인터넷 댓글조작 사건의 용의자 김모씨의 필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여당은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선물’로 받을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가 극적으로 열리면서 지방선거에 출마한 현역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도 일괄 처리됐다. 이로써 ‘6·13 지방선거’에 병합돼 치러질 보궐선거도 12곳으로 확정됐다.

◆‘문재인’ 이름 뺀 특검 수사범위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한 ‘드루킹 특검’을 수용했다. 국회 공전이 한 달 넘게 이어진 데 따른 부담이 컸던 탓인지 여야 모두 조금씩 주장을 양보하면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요구했으나 이를 전격 철회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의 이름을 특검법에 직접 적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발씩 물러났다.

특검법은 추경과 맞교환하는 형태로 18일 처리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특별검사 인선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4명을 추천받고, 이 가운데 야당이 2명을 선택한 뒤 대통령이 최종 1명을 낙점하는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논란이 됐던 특검 수사범위는 용의자 김모씨 및 그와 관련된 단체, 사건 관련 자금 흐름 등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다만, 야당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추가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약속받았다. 향후 해석상의 차이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과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김 후보도 드루킹 사건과 연관성이 있으면 수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수사범위 확대를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이 “문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대선 불복”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 충돌이 재연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 합의 앞당긴 ‘의원 사직처리’

지난달 임시국회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방식을 둘러싼 ‘방송법 개정안’이었다. 그러다 드루킹 사건이 터지자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검찰과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며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요구사항이 늘어나면서 국회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의 늪에 빠져들었다.

여야 합의를 재촉한 촉매제는 민주당 김경수·박남춘·양승조, 한국당 이철우 후보 등 시·도지사에 출마하는 현역의원들의 사직처리 문제였다. 관련법에 따르면 의원 사퇴는 국회 본회의 표결 사항이다. 또 선거일 30일 전까지 의원 사직이 처리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구는 적어도 내년 4월까지 보궐선거를 치를 수 없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당이 1년여가량 국회의원 선거구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야당을 압박하면서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

고용위기지역 긴급 지원과 청년 일자리 대책 등을 목적으로 정부가 편성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안도 특검법과 함께 처리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대로라면 추경안을 국회에서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3일 정도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합의 직후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추경안의 국회 심사도 최소 2주 이상 소요됐는데 이를 이틀여 만에 처리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이런 식으로 예산안을 졸속 처리하겠다는 것은 국회 예산 심의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원/배정철/박종필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