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선수 후원 급증
스켈레톤 지원한 LG
'V30S 씽큐' 광고 인기
삼성도 올림픽서 두각
현대차는 월드컵 마케팅
홍보 효과 30兆 웃돌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티모 룸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TV 및 마케팅 서비스 운영국장이 한 말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포츠 팬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나 구단, 선수를 후원하면 브랜드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후원(약 2000억원)해 경쟁사인 펩시콜라와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42% 대 31%로 벌렸다. 이전 20년을 통틀어 최대 격차였다.
국내 기업도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후원 대상은 야구 축구 농구 등 인기 종목에 그치지 않는다. 핸드볼 수영 컬링 스켈레톤 양궁 등 비인기 종목으로 후원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는 무대도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 지원 늘리는 기업들
LG그룹과 SK그룹은 비인기 종목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LG그룹은 스켈레톤 컬링 여자야구 당구 아이스하키 등을, SK그룹은 펜싱 수영 핸드볼 스피드스케이팅 등을 후원하고 있다.
오랜 기간 후원한 비인기 종목 선수가 국제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마케팅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적지 않다.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를 후원하는 LG전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가 2015년부터 후원한 윤 선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 달을 획득했다. LG전자는 국민 스타로 떠오른 윤 선수를 ‘LG V30S 씽 큐’의 광고 모델로 발탁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했다.
스타로 급부상한 비인기 종목 선수에게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LG전자는 지난 3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컬링 대표팀을 4년간 공식 후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컬링팀을 LG전자 코드 제로 무선청소기 광고 모델로 선택해 화제가 됐다.
SK는 2000년대 초부터 펜싱 육성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이후 ‘비전 2020’ 등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경기력이 상승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올림픽마다 한국 펜싱이 메달을 획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남자 에페 박상영 선수가 “할 수 있다”고 다 짐하며 극적인 역전극을 펼쳐 국민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SK그룹은 남녀 핸드볼 실업팀을 창단하고 전용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핸드볼 종목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올림픽은 삼성, 월드컵은 현대차
국제 대회를 통해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도 있다. 삼성은 올림픽에서, 현대자동차는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지역 스폰서 자격으로 처음 올림픽 마케팅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들어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TV 시장을 제패했는데 서울올 림픽에서 한 마케팅 효과가 작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는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올림픽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올라 갔다. 2000년 5.3%에 그쳤던 세계 휴 대폰 시장 점유율은 2013년 27.2%까 지 상승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인 터브랜드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2000년 52억달러에서 지난해 562억달러(약 60조원)로 약 10배 커졌다고 분석했다.
올림픽과 함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월드컵에서는 현대차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1999년 미국 여자 월드컵을 시작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공식 파트너로 활동했다. 2000년부터는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유로) 공식 후원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기아차는 2007년부터 FIFA 공식 파트너가 됐고 2008년부터 현대차와 함께 유로 공식 후원사가 됐다. FIFA 공식 파트너 계약 기간은 2022년까지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월드컵 기간 중 열린 모든 공식 행사에 차량을 독점 제공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도 공식 파트너였던 현대차는 당시 경기장 광고판으로만 8조6000억원가량의 마케팅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에는 30조원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